"지문거부 한국 유학생 추방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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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경=최철주 특파원】「프랜시스·킹」국제펜클럽 본부 회장과 미국 작가「아서·밀러」「노먼·메일러」, 한국의 김수환 추기경 등 22명의 세계적인 작가와 종교지도자들이 일본법무성에 지문 날인을 거부한 한국시인 김명식씨(42)를 추방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냈다고 탄원서 조직위원회 측이 16일 밝혔다.
일본변호사협회도 김씨를 대신해 법무성과의 중재에 나 선데 이어 16일 이 사건에 관한 전면조사에 나서는 등 김씨 사건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동경의 국제기독대학에서 사회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씨는 지난해 9월 외국인 등록확인을 받으면서 지문을 찍도록 요구받았으나 이를 거부했었다.
김씨는 일본에 거주하는 16세 이상의 외국인이 외국인 등록확인을 받거나 경신할 때 집게손가락의 지문을 찍도록 돼 있는 이 강제규정은 인권에 위배될 뿐 아니라 국제인권규정 등을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 법무성은 지난해 9월 김씨의 외국인 등록을 취소시키고 오는 19일까지 일본을 출국토록 명령했었다.
김씨는 지난 10일 일본변호사 협회에 도움을 요청했으며 이는 일본이 외국인등록 지문제도를 채택한 이래 개인으로선 처음으로 이에 반기를 든 셈이다.
일본변호사협회의 인권위원회 소속 변호사들은 이미 일본법무성 출입국 관리국을 방문, 김씨 사건에 관해 조사하고 김씨에 대한 출국명령은 통상 지문 거부 자들에게 벌금형을 내렸던 관례에 비추어 지나치게 가혹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제네바에 본부를 둔 세계교회평의회 대표단도 지난달 말 일본을 방문, 이 지문제도에 대해 조사하고 김씨 사건을 재고해 주도록 요구했었다.
한편 김명식씨가 재학중인 국제기독교대학 교수 50여명과 가나가와 대학 및 쓰다주쿠 대학 교수 88여명은 김씨에 대한 일 정부의 조치가 법치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며 민족차별이라고 주장, 그의 일본 체재를 연장시켜 줄 것을 호소하는 성명서를 16일 법무성 및 외무성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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