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신에 북한 관객 괴성”… 北 국제영화제 16일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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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평양국제영화제 개막식 장면 [유투브 PIFF 홍보영상 캡처]

'은둔의 왕국' 북한에서 오는 16일부터 23일까지 국제영화제가 열린다. 영화제의 꽃인 레드카펫과 화려한 의상, 쉴새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를 평양에서도 볼 수 있을까.

4일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2년마다 열리는 평양국제영화제(PIFF)는 통상의 ‘국제영화제’와 다른 점이 많다. 가디언은 평양국제영화제를 관람한 인사들의 인터뷰를 통해 국제영화제인 듯 국제영화제 아닌 듯한 행사를 소개했다.

2008년부터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평양영화제를 찾은 비키 모히딘(34ㆍ여)은 “다른 영화제와 꽤 다르다”며 “평양에 도착하기 전까진 어떤 순서로, 어떤 영화가 상영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모히딘은 평양국제영화제를 후원하는 중국의 한 여행사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영화제 기간 동안 매일 7개의 극장에서 3편의 영화가 상영되지만 대부분 북한 관객을 위한 외국 영화라고 한다. 가디언은 “정치적인 내용이나 갈등을 소재로 한 영화는 상영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국제영화제인데도 외국인의 관람은 쉽지 않다. 외국인은 1500파운드(약 220만원)을 내고 중국 여행사를 통해 5일 일정의 평양 관광을 해야 영화를 볼 수 있다.

레드카펫 행사나 기자회견 등은 평양국제영화제에선 열리지 않는다. 영어 자막도 찾아 보기 힘들다. 북한 주민을 위한 축제라는게 가디언의 설명이다. 영화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북한 주민들에게 평양국제영화제는 손꼽아 기다리는 행사 가운데 하나다. 영화가 상영될때마다 극장 좌석은 매진되고 통로나 바닥에 앉아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모히딘은 2012년 평양국제영화제에서 태국 영화 ‘마인드풀니스 앤드 머더’(Mindfulness and Murder)를 보던 북한 관객들에 대한 강렬한 기억을 소개했다. 그는 “영화에서 베드신이 나오자 관객들이 괴성을 질렀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영화제에는 호주, 프랑스, 중국, 이란, 영국 등의 영화 관계자들이 참가했으며, '슈팅 라이크 베컴' '신부와 편견' 등의 외국 영화가 상영됐다.

평양국제영화제는 영화광으로 알려진 김정일 국방위원장 지시로 1987년 만들었으며 1990년 이후 격년제로 열리고 있다.

김백기 기자 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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