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증시」가 열기 뿜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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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주식시장이 뜨거운 열기에 휩싸여 있다.
종합주가 지수는 멀게만 보였던 2백40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평균주가는 1천2백원 (액면가 5백원)에 육박하고 있다.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PER(주가수익률·주가를 주당이익금으로 나눈 값)는 지난 12일 증시사상 처음으로 8.0배를 기록했다.
증시가 본격적인 주가의 레벨업이라는 대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증시는 4·24 주가 대 폭락 이후 한달 여만에 침체 분위기를 완전히 벗어나 지난달 자일 주가지수 2백30을 돌파하고 고속행진을 하고 있다. 이후에도 주가는 계속적인 수직상승으로 14일 종합주가지수는 2백38.91을 기록했다.
연초(1백61.40)보다 77.51포인트가 오른 수준이다. 이에 따라 주가도 연초에 비해 48%나 올랐다.
증시가 이처럼 폭발적인 강세를 유지하는 것은 장 내외의 여건이 모두 좋은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자본자유화 추진, 3저에 따른 경기 호조 및 영업실적 호전 기대, 풍부한 시중 유동성은 작년 이후 지속 돼 온 호재지만 최근 들어 가세한 가장 큰 호재는 정국 안정.
증시만큼 정세에 민감한 것이 없고 끊임없이 이에 대한 루머가 나도는 곳이 증시지만 최근 들어서는 개헌 합의에 따른 조기선거 등 장미 빛의 각종 루머가 나돌면서 매우 들뜬 분위기에 싸여 있다.
최근 증시를「정국증시」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
증시 활 황이 지속되자 주가가 최고치를 경신하는 종목도 14일 현재 26개 종목이나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최근 영업실적의 호조로 활기를 띠고 있는 섬유·증권·조립금속이 각각 5개 종목씩이고 음식 료는 3개, 유화 등도 2개 종목이 연중 최고시세를 형성했다.
또 증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 투자가들은 종전처럼 단기 차익에만 급급하지 않고 성장·수익성이 기대되는 우량 주를 산후 이를 내 놓지 않아 특정종목의 물량부족에 따른 품귀현상도 빚고 있다.
유가인하와 엔고 등에 따라 경쟁력 강화로 영업실적이 좋아진 업종의 주가가 특히 많이 오르고 있다.
14일 현재 섬유는 연초 대비 77.8%, 고무는 84.84%, 철강은 86.02%, 전자는 93.1%가 각각 올랐다.
특히 전자업종의 경우 주가평균이 2천 원대(액면가 5백원)를 넘어섰다.
연초에 비해 주가가 떨어진 업종은 제약·건설·보험업의 3개 업종 밖에 없는데 이 같은 건 업종에 걸친 폭넓은 주가상승에 따라 평균주가는1천1백 지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6백80원에 비해 5백1원(73.7%)이나 올랐다.
거래량도 하루 평균 3천8백46만 주로 작년의 1천8백91만 주보다 1백3.4%(1천9백55만주) 나 늘어났다.
작년 말 이후 활 황 강세를 보인 증시에 풍부한 시중 여유자금이 대거 몰려들었다가 4·24 폭락을 계기로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자금들이 증시가「큰장」으로 돌아서자 또 다시 몰려들고 있다.
주식을 사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자금인 고객예탁금 잔고는 지난달 17일 1천5백41억 원 까지 줄어들었으나 불과 20일 만인 지난 7일 현재 2천99억 원으로 5백58억 원이나 늘어났는데 이는 당국이 총 통화증가율을 20%까지 늘려 잡는 등 자금사정의 호전을 반영한 것.
이에 따라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촌을 중심으로 한 여성투자가들도 크게 늘고 있는데 일부 증권회사에서는 여성고객만을 위한 휴게실과 심지어 탁아소 설치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현재 증시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각종 호재로 계속 오름세를 유지하리라는 전망과 또 하나는 최근 주가가 너무 수직적인 상승을 했기 때문에 또 한차례의 조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상승의 활 황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최근 같은 과열장세일수록 뇌동 매매를 삼가고 주가폭락에 따른 손실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안전투자 대상으로 주가가 비교적 낮은 중위권 주를 꼽는다. <이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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