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자 가혹행위 '인분 교수'에 징역 8년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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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에게 인분을 먹이고 무차별 폭행을 가하는 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대학 교수에 대해 대법원이 징역 8년을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30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장모(53)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기도의 한 대학교수로 재직 중이던 장씨는 2012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디자인협의회 사무국 직원으로 일하던 제자 A(30)씨에게 인분을 먹이고 야구방망이로 폭행하는 등 수십 차례에 걸쳐 가혹행위를 일삼았다. A씨가 일을 잘 못하고 말귀를 못알아 듣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장씨는 다른 제자들과 함께 A씨가 연이은 폭행으로 전치 6주의 상해를 입고 입원해 수술을 받았을 때는 물리적 폭행 대신 가혹행위를 했다. 손발을 묶고 얼굴에 비닐봉지를 씌운 뒤 호신용 스프레이를 30여 차례 얼굴에 쏴 화상을 입게 했다.

장씨는 외출을 하면서 메신저를 통해 다른 제자들에게 폭행을 지시하기도 했다. 또 폭행 장면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A씨가 맞는 장면에 대한 인터넷 방송도 주문했다. 이 밖에도 장씨는 디자인협의회와 학회, 디자인 관련 업체 법인 돈 1억1100만원을 사적으로 쓰고 2012~2014년 한국연구재단 지원금 3300만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장씨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대법원 양형기준인 10년 4개월보다 1년 6개월이 높은 이례적 선고였다. 당시 재판부는 “상상을 초월한 잔혹한 범행이자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 행위“라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장씨의 징역형이 8년으로 대폭 감형됐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1월 폭처법상 ‘상습흉기휴대상해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점과 항소심 과정에서 장씨 등이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반영한 것이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가 자발적이고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를 양형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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