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해줄 아들 이제는 어디에...”|고 이호영 일경 어머니 원점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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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붉은 카네이션을 달아주며 어버이날을 축하해줄 아들은 이제 영영 사라졌습니다』
어버이날인 8일 상오 10시 서울 성북경찰서 앞뜰에서 거행된 아들 이호영 일경(22?부산산 전문대 2년 휴학)의 영결식에 참석한 어머니 원점순씨(53?전주시 진북동)는 가슴에 단 검은색 리본을 쳐다보며 잘생긴 아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지난 3월 전주에서 있었던 큰아들 호성씨(26?운전사)의 결혼식때 잠깐 보고 떠나보낸 호영이를 이제는 국립묘지로 떠나보내야만 하는 원씨는 6 25당시 참전했다가 82년 세상을 떠난 남편 이규득씨를 조용히 불러보았다.
수많은 조문객들의 애도속에 태극기에 싸인 관이 운구차에 실리자 원씨는 지금까지 5남매를 꿋꿋이 길러온 굳센 여자였지만 찢어지는 가슴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3급 상이용사였던 남편이 60년 원호대상재심에서 탈락된 이후 파출부?담배잎따기?잡부 ?보험회사외판원?화장품판매원등으로 생계를 꾸려오면서도 5남매중 가장 똑똑한 호영이가 커가는 모습에서 위안을 삼으며 살아왔기 때문에 아들과의 영원한 이별은 더욱 가슴을 저미는 것이었다.
원씨는 하리의 통증을 참아가며 J은행 전주지점의 청소부로 일하면서도 호영이가 대학을 나와 토목기사 자격증을 딴 뒤 어엿하게 며느리를 얻어 함께 살 것을 생각하며 시름을 덜어왔다고 말했다.
『이런 호영이가 학생들이 던진 돌에 맞아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연락을 받고 눈앞이 캄캄했다』는 원씨는『언제까지 같은 형제들끼리 싸워야만 하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원씨는 자신에게 하나의 신앙과도 같았던 아들을 앗아간 것은 「돌멩이」 가 아니라 「데모 그 자체」였던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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