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떠넘기고 인허가 안내주고…공무원 갑질 만연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 파주시는 지난해 11월 월롱면에 버스정류장 쉼터를 조성하면서 A업체와 1억1400만원의 계약을 했다. 이후 올 4월 준공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설계과정에서 바닥재(600만원)와 냉ㆍ난방기 등 부대시설(1000만원) 설치가 빠진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 담당 직원은 설계변경을 통해 예산을 반영해야 함에도 이를 A업체에 떠넘겼다. 그러면서 도로점용 허가비 220만원과 준공식 행사비 121만원도 업체에 부담시켰다. A업체가 문제를 제기하자 이 직원은 아무런 이유 없이 공사대금을 한 달간 지연시켰다.

경기도 광주시는 2013년 10월 B리조트 업체가 지하수 개발을 위해 신청한 ‘지하수개발 이용 신고인 변경’ 건을 '내부 검토' 의견으로 불허가 처분했다. 이에 불복한 B사가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해 승소했다. 수자원공사 등 전문기관의 지하수 영향조사서 검토내용을 토대로 행정처분을 내려야 하지만 광주시가 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주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B사의 개발행위 재신청을 또다시 불허했다. B사는 법정다툼까지 벌여 지난해 8월 수원지방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았다. 광주시는 법원의 판결마저 무시했다. 업체는 허가를 기다리다 지쳐 스스로 사업을 포기했다.

공무원의 갑질이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 감사관실은 19일 지난 4~6월 도내 31개 시ㆍ군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소극적 업무처리실태 특별조사’ 결과 모두 24건을 적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조사결과 부당한 조건 요구 등 인허가 처리를 지연한 사례 3건, 법령의 자의적 해석 등 재량권 남용 7건, 비용부담 전가 및 불공정 행위 방치 7건, 행정심판ㆍ소송결과 미이행 3건, 기타 4건 등이다. 도는 파주시와 광주시 직원 등 12명(5건)에 대해서는 경징계하라고 해당 시군에 통보했다. 백맹기 경기도 감사관은 “이번 특별조사 결과 잘못된 관행에 따른 행정처분으로 도민들이 피해를 본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며 “소극적 업무처리 관행이 사라지도록 앞으로도 계속해서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원=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