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호 "장학주役 위해 태닝 40번, 펌 4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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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호(37) 인터뷰 요청을 했는데 다른 사람이 왔다.

OCN '38사기동대'에서 미워할 수 없는 재간 사기꾼 장학주를 연기하고 있는 허재호는 드라마 촬영 종료와 함께 원래 헤어스타일로 돌아왔다.

그 결과는 전혀 딴 사람. 뽀글뽀글 펌 스타일에도 '잘생김'은 묻어 있었지만 헤어스타일 하나 바꾸니 다른 사람이 됐다. 이런 반전을 일부러 노렸나 싶을 정도로 몰라볼 사람이었다.

"대본에 '뽀글뽀글' 헤어스타일이 적혀 있진 않았지만 임팩트있는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어떻게 할까 한참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이 그 헤어스타일이죠. 다들 '가발이냐'고 많이 물어요. 저도 처음엔 어색했으니깐요. 촬영하는 동안 총 네 번 펌을 했어요. 컬이 풀릴 때 되면 다시 가서 하고 총 네 번이요. 촘촘하게 말려 있어 손이 많이 가지 않냐고 하는데 오히려 더 단순하대요. 두 시간여면 뚝딱 만들어내는 스타일이에요."

극중 단순한 성격에 순진한 면이 있는 IQ는 낮지만 EQ가 좋은 대포통장 전문업자를 연기하고 있다. 워낙 드라마 내 눈에 띄는 배우들이 많지만 그 안에서도 존재감을 잃지 않고 있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날렵해보이는 동작까지. 그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으니 시청자들이 더더욱 궁금해한다.

"사투리도 헤어스타일과 마찬가지로 임팩트를 주기 위한 장치였죠. 경상도나 전라도 사투리는 워낙 많이 사용하니 충청도 사투리 쓰는 사기꾼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감독님과 작가님도 흔쾌히 그러라고 했고요. 충청도 친구들이 좀 있어서 물어보고 따라했죠. 아 제 고향은 강원도 춘천입니다. 하하."

그가 장학주를 연기하기 위해 들인 노력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어느 배우가 한 캐릭터를 탄생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 않겠냐만은 허재호는 더더욱 그랬다. 헤어스타일 변화와 사투리 뿐만 아니라 피부도 새까맣게 태웠다. 무려 태닝만 40번.

"백옥까진 아니여도 원랜 하얀 편이에요. 촬영 전 일부러 피부를 태웠어요. 태닝만 40번했어요. 엄청 까맸다가 지금은 많이 하얘진 거에요. 메이크업해서 티가 안 나지만 기미도 좀 올라오더라고요.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니 이렇게라도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연기를 못 한다니, 이 무슨 망언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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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호는 데뷔가 늦다. 2009년 '열혈장사꾼'으로 처음 드라마에 출연했으니 이제 8년차. '38사기동대'에서 보여준 모습은 10년 이상의 연륜있는 배우 포스지만 사실상 신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영화 '도가니' '음치클리닉' 등에 나왔고 드라마는 '나쁜녀석들' '응급남녀' '신분을 숨겨라' 등에 나왔다. 배우로 발을 디디기 전까지는 외국에서 학교를 나오고 경영학을 공부했다.

"형이 외국에 있었고 그 계기로 호주에서 1년 정도 있었어요. 이후 뉴질랜드에서 대학교를 나왔고 4년 넘게 있었죠. 어릴 적부터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때는 확신이 없었나봐요. 뉴질랜드를 다녀온 후 배우에 대학 확신이 생겼고 연극무대로 갔죠. 우연치 않은 계기에 연극을 했고 그때부터 재미를 느꼈어요. 20대 후반이었어요.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는 제 연기가 재미있었고 그 떨림이 정말 좋았어요."

본인 만큼이나 부모님도 아들의 진로가 걱정됐을 터. 유학까지 다녀온 아들이 배우를 하겠다는데 선뜻 찬성할 부모는 드물겠지만 허재호의 부모님은 달랐다. "사실 어머님이 가수를 하고 싶어했는데 집안의 반대로 못 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연기하고 싶다고 했을 때 반대하지 않으셨어요. '더 나이 들면 못하니깐 지금이라도 한 번 해봐'라고 하셨죠. 무한한 믿음을 주셨고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했죠. 지금은 무척 좋아하세요. 조금 더 자연스럽게 하라고 조언도 하고요.(웃음)"

허재호는 이달 중순 '38사기동대' 팀과 푸켓으로 포상 휴가를 간다. 이후 영화에 합류한다.

온라인 중앙일보
[사진 일간스포츠 박세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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