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라손」배 대통령 취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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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마닐라=박병석 특파원
「마르코스」대통령과「코라손」여사가 25일 각기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코라손」 여사는 이날 캠프 크라메 기지 근처의 필리피노클럽에서 일부 야당의원들과 지지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상오11시40분 (한국시간) 「정당하게 선출된 대통령」으로 대법관 앞에서 취임했다.
「코라손」 여사는 대통령 취임 첫 조치로 「라우렐」 부통령을 수상으로 임명하고 「엔릴레」를 국방상에, 「라모스」 중장을 대장으로 승진과 동시에 군 참모총장으로 승진시켰다.
취임식에는 필리핀주재 미국대사관의 「얼·스칼레트」1등 서기관이 참석했다. 한편 필리핀 의무성 대변인은 필리핀의 모든 외교관이「코라손」 여사를 지지했다고 밝히고 외무성직원들은 「코라손」 여사의 지시를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코라손」 여사의 대통령취임근거는 의회에서 「마르코스」가 대통령당선자로 확정, 선포된 것은 선거결과의 집계 조작 등 부정한 방법에 의한 것이므로 「코라손」 여사가 정당한 당선자라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
한편「마르코스」대통령은 하오1시30분 (한국시간)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대법원장 앞에서 네번째 임기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 취임식에는 외교사절이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대통령궁 대변인이 말했다.
「마르코스」의 취임시에는 그의 러닝 메이트였던 「톨렌티노」 와 수상을 비롯, 친권당 소속 국회의원 대다수가 불참했다.
이날 취임식이 열린 말라카냥궁 부근에는 약 3천명에 이르는 「마르코스」지지자들이 모여 『「마르코스」는 건재하다』는 구호를 외쳤다.
인근 지역에서 도보로 온 이들 군중들은 정부군이 반군의 공격에 대비, 경계에 임하고 있는 가운데 필리핀 국기를 흔들면서 「마르코스」를 지지했다.
「마르코스」가 취임선서를 하는 동안 마닐라시 일원에는「마르코스」 와 「코라손」 여사를 지지하는 병력간의 충돌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이 충돌에서 최소한 1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정부군은 대통령궁 밖에서 항의하는 2천여 시위군중들에게 25일 새벽 발포, 8명 이상이 부상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24일 하오 친 「마르코스」민간방송을 통해 하오6시부터 상오6시까지 통행금지를 선포하며 정부군에 반군을 분쇄하기 위해 중화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계기사 3, 4, 5면>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신은 계엄령선포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들은「마르코스」대통령의 12시간 통금선포를 무시하고 24일 밤부터 80만명 이상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반군을 지지했다.
「마르코스」정부군과 반군의 총격전은 공항근처에서도 벌어졌으며 반군의 본부가 있는 크라메기지 부근에도 긴장감이 돌고있다.
한편 정부군은 가톨릭계의 베리타스 라디오방송국, 전송시설에 2대의 장갑수송차와 3대의 트럭으로 병력을 투입, 전송시설을 공격했다고 반군측이 주장했다.
또 25일 「코라손」여사가 대통령 취임식에 관해 국영TV방송과 회견하던 도중 자택부근에서 총성이 울리기도 했다.
반군지도자 「라모스」 중장은 이날 오후 TV 방송을 통해 정부군이 잇따라 반란군 쪽으로 넘어오고 있다면서 해군의 모든 부대가 반군쪽에 가담했다고 밝혔고 필리핀 육사전체도
「마르코스」 대통령 반대파를 지지하고 나섰다고 25일 새벽 생방송으로 전해진 TV회견에서 발표했다.
「라모스」 중장은 육사의 장교·후보생·사병들이 서명한 서한을 낭독했는데, 이 서한은『우리들 장교·후보생·사병들은 「엔릴레」·「라모스」 진영을 전폭 지지한다』고 말했다.
「라모스」장군은 또 공군의 1개 전투비행단이 반군에 참여했다고 발표했는데, 반군 지휘관「라몬·파를란」 준장은 이날 정부군이 반군 사령부나 반군이 장악한 TV방송국을 공격하려할 경우 공중공격으로 정부군을 분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반군사령부를 공격할 태세로 있는 것으로 믿어지는 정부군 정예연대의 젊은 장교 13명이 24일 반군진영으로 전향, 크라메 반군기지로 왔다고 「라모스」중장이 밝혔다.
PAL항공사도 반군의 손안에 들어가 마닐라공항을 이착륙하는 모든 비행계획을 취소했다.
「마르틴·보노난」부사장이 서명한 텔렉스성명은 PAL이 이제 「코라손」대통령 정부의지시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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