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중심 동북아문화 꽃피우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조영식박사 (경희대이사장)는 최근 일본대에서 「환태평양시대에 있어서의 한국과 일본」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조박사는 여기서 한·중·일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문명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고 일본인들에게 침략주의를 경계할 것을 충고하고 있다. 다음은 그의 강연요지-.
인류의 역사는 변화의 역사다. 영고성쇠가 계속된다. 인류문명은 처음 동양에서 발생한 정신문명이 유럽의 물질문명으로 옮겨가고 미국에서 과학기술문명으로 꽃피웠다. 오늘 환태평양지역 문명으로 다가오며 정보화·산업사회문명을 이루고 있다. 이것은 한·중·일, 즉 동북아시아의 문명으로 향해오고 있다.
1960년대 유럽이나 미국에 들렀을 때 정말 현시대 문명의 꽃을 보듯 전성기에 이른 느낌이었다. 그러나 7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어쩐지 구시가지를 바라보는 듯한 직관적 인상을 지울수 없었다.
반면, 신흥국가인 일본이나 그후 한국·홍콩·싱가포르·대만등을 돌아보면 뭔가 미숙한 기분은 들지만 마치 불길이 일어나는듯한 눈빛은 반짝거리고 활기 가득찬 청년국가의 인상을 받는다.
현대사회는 실용주의·실리주의·국익주의 사회다. 경제의 중심에 따라 정치중심·외교중심·군사중심도 따라온다. 그 무대는 이제 태평양이다. 이미 환태평양의 시대는 열렸다고 생각한다.
「토인비」 는 문명대륙 이동설을 주장했다. 역사발전법칙 역시 마찬가지다. 하나의 씨앗이 땅에 떨어져 움틀때 이씨앗은 성장전에 이미 잎이되고 꽃이 되고 열매가 될 소인을 함께 간직하고 자라고있다.
동시 자발적·연계적으로 성장해나간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자. 아시아문명은 그 융성기에 이미 그 쇠퇴의 씨가 돋아나기 시작했고 쇠퇴해갈 무렵 유럽의 새문명의 씨는 성장해오고 있었고 완전히 쇠퇴했을때 유럽문명은 꽃피었다. 똑같은 양식의 성쇠가 미대륙에서도 일어났고 이제 환태평양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더 눈을 떠 한걸음 앞을 내다볼때 나는 환태평양시대 너머의 새로운 문화권, 즉 한반도를 중심으로한 일·중의 동북아시아문화권이 바라다 보인다. 그 까닭은 미래는 현재의 그 너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현재속에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역사적으로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를 어떻게 맞을 것인가.
인간은 정신적 실제자임에 틀림없으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인간은 정신과 육체가 합쳐 생의 기능을 영위함으로써 인격을 창출한다. 「정신」 만의 접근으로 실망하지도 말고 「육체」만의 접근으로 낙심하지도 말자. 정신과 육체, 물질이 조화된 전인의 세계로 나가자. 그런 의미에서 「문화복지사회」의 건설을 중요하다.
정신문명·물질문명이 조화된 「종합문명의 시대」를 맞아야한다. 한국은 새로운 문명창조에 씨를 뿌릴 선구적인 나라다.
나는 정신적으로 아름답고 물질적으로 풍요하고 인간적으로 보람있는 사회, 이세가지 규범으로써 종합문명의 세기둥이 되기를 주장한다. 이를 당위적인 요청사회, 즉 「오토피아」라 이름 붙인다.
이제 이웃 일본에 분명히 부탁하고 싶은 것은 타국의 희생위에 일어서는 강대국 일본이 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침략주의시대는 지나갔다.
지구촌의 시대, 인류가족의 시대다. 일본의 발전과 번영이 인류의 발전과 번영에 직결되도록하라. 강한 일본이 아닌 위대한 일본이 되기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