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미술문화재단 제정 제15회 「도의문화저작상」수상작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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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삼성미술문화재단이 제정한 도의문화저작상 제15회(85년도)수상자가 결정되었다. 이번 저작상 모집에는 소설부문에 42편, 희곡부문에 31편이 응모하였다. 이들 응모작품을 예심과 본심으로 나누어 심사, 소설부문에는 최명진작 「자결고」가 우수작(고료 5백만원)므로, 백금남씨의 「십우도」가 가작으로 뽑혔다. 희곡부문에는 배봉기씨의 작품「흔종」이 우수작으로 결정됐다.

<소설 우수작 최명진|이순신의 죽음을 민족적 책임서 공명>
최명진씨(33)의 중편소설「자결고」는 이순신장군의 죽음문제를 다루고 있다. 원고지 5백장 분량.
"노산 이은상씨의 「성웅 이순신」를 보면 장군의 죽음에 대해 회의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자살이 아니냐는 거지요. 여기에 큰 충격을 받고 작품까지 구상하게 됐지요. 수상은 참으로 뜻밖입니다."
최씨는 장군의 마지막죽음의 장소를 지켰던 몸종 김이를 부각, 장군의 위대성과 이민족의 속성을 대비시켰다.
"장군의 자결을 문제로 제기하고 그 죽음에 대한 민족의 책임을 맡고 싶었습니다. 그가 죽음에 이르도록 우리가 몰아 넣은게 아니냐는 거지요. 그것은 그가 이 시대에 태어났어도 다를 바 없지 않을까 하는 점을 바닥에 깔았어요 "
최씨는 김이를 시켜 지금까지의 관련적 성웅관이 아닌 인간적 이순신상을 통해 그의 위대성에 접근하면서 그의 죽음을 민족적 책임의 차원에서 구명하려 했다.
문단에 첫선을 보인다는 최씨는 앞으로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해보고 싶고 동인활동에도 뜻을 두고 있다. 부산출생. 중·고 검정고시를 합격한 끈질긴 학구파. 개인 사업을 하고 있다.

<소설 가작 백금남|20년간 절간생활... 생의 근원 탐구>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고 그리고 어디로 갈 것인가. "
원고지 1천4백장 분량의 장편소설「십우도」로 가작에 입상한 백금남씨(39)는 늘 생의 근원적인 문제에 몰두해왔다고 말한다.
그 자신이 어려서부터 20여년간 절간생활을 했던 경험탓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는 늘'「어떻게 참마음을 찾을 수 있나」를 탐구하였다.
"승방에서 용맹정진하는 수도승을 볼 때 마다 나는 이 세간에서 부딪치는 생활인으로서의 선을 생각해왔습니다. "
그의 입상작「십우도」는 바로 이에 대한 해답을 추구해 본 것이다.
부모의 뜻에 의해 중이 된 백정의 아들이 수도를 하지만 계속 방황하다가 본래의 모습(백정)으로 돌아와 참모습을 찾는 과정을 그렸다. 「십우도」는 불가에서 인간본질을 10단계로 나누어 그림을 말한다.
백씨는 20살때부터 소설가가 되겠다고 결심, 많은 소설을 읽으며 혼자서 습작해왔다. 그 동안 중·단편 6편을 만들어 놓았다.
"눈먼 사람들이 내면적인 빛을 추구하는 이야기를 표현하려고 합니다."
막노동으로 생계를 잇고 있다는 백씨는 계속 인간의 본질과 희망에 대한 것을 소설을 통해 밝혀보겠다고 의욕을 보인다.

<희곡 우수작 배봉기종만드는 장인의 예술적 고뇌 묘사>
"에밀레종의 설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종을 만드는 한 장인의 예술적인 고뇌를 작품속에서 다루어보았습니다. "
장막극 「흔종」으로 입상한 배봉기씨(31)는 첫 희곡작품으로 상을 받게 되어 기쁘다고 말한다. 그는 소년중앙문학상 동화부문에 데뷔한 문인이다.
흔종은 불교에서 범종이 만들어지고 난 뒤 제물을 잡아 그 피를 바르는 의식을 말한다. 이 희곡에서는 장인 스스로가 이러한 의식의 희생자가 된다. "자기를 희생하여 자기를 초극하는 예술가의 모습과 그러한 예술적 행위를 통해 사회에서의 예술의 위치가 형성되는 것을 그리려했습니다. "
작품「흔종」에는 장인과 관리, 그리고 중이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고 있다.
관리는 현실적인 인물로 빨리 종을 만드는 작업을 마무리짓자고 하는 현실적인 인물이다. 장인은 제대로 된 종을 만들어야 한다는 예술적 집념에 사로 잡혀 있다. 중은 종이 만들어져도, 만들어지지 않아도 좋다는 초월적 입장에 서 있다. 이들 세사람간의 갈등이 작품의 큰 틀을 이룬다.
연세대국문과대학원을 올해초에 졸업하게 되는 배씨는 앞으로 희곡부문에 전심하여 작품을 내놓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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