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숨진 검사 연수원 동기들 “의혹 규명”…일부 지검선 입단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기사 이미지

자살한 김홍영 검사의 사법연수원 41기 동기들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김 검사의 죽음에 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대검찰청에 전달했다. [뉴시스]

지난 5월 1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남부지검 김홍영(33)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들이 책임자 엄벌과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동기회, 책임자 처벌 촉구 성명
검사 자취방 “내 잘못 아니다” 문구
어머니 “괴로움 이기려 적은 듯”
지검·지청 ‘SNS 사용 자제’ 지침
대검 “현장서 자율적으로 한 것”

사법연수원 41기 동기회는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폭언·폭행과 업무 외적인 부당한 지시가 있음을 철저히 조사하고 당시 김모 부장검사 등 책임자들에게 합당한 조치를 취하라는 게 성명의 주된 내용이다. 남부지검이 김 검사의 문제를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와 검찰이 사건을 은폐했다는 논란이 있음을 지적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들은 성명서를 대검 감찰본부에 제출했다.

동기회 회장인 양재규 변호사는 “김 검사의 자살이 처음엔 단순 업무 스트레스에 의한 것처럼 보도됐다. 동기들은 죽음이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이란 의혹을 갖고 있고 낱낱이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김 검사와 같은 피해자들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기를 소망한다. 관계 당국의 조치를 끝까지 주시하면서 향후 필요한 행동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는 성명에는 실명을 밝힌 법조인 450명을 비롯해 총 712명의 41기 동기들이 참여했다. 사법연수원 41기 총원은 약 1000명이다.

기자회견에는 김 검사의 어머니 이모(58)씨와 삼촌 김법태(53)씨도 참석했다. 이씨는 휴대전화를 꺼내 김 검사가 생전에 해맑게 웃고 있는 사진을 보여줬다. 이씨는 “이렇게 웃는 얼굴을 보고 (부장검사가) 웃는다며 욕하고 때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울먹였다.

기사 이미지

‘검사 괴롭힘 의혹’을 보도한 중앙일보 6월 27일자 14면.

이어 “4개월 동안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보냈을 아들을 생각하면 어머니로서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이씨는 또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김모 부장검사를 해임하고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하는 게 세상을 등진 아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남부 지검장과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 등 아들의 죽음에 책임 있는 사람들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삼촌 김씨는 “처음엔 업무 때문에 힘들었던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난달 27일 중앙일보 보도를 접하고 부장검사의 폭언 등 의혹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부장검사는 사람들을 관리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은 김 검사가 거주했던 서울 목동 자취방에 ‘NOT MY FAULT(내 잘못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종이가 붙어 있었다고 밝혔다. 어머니 이씨는 “아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괴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처절하게 다짐한 내용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일부 지검·지청에서 검사 등 직원들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 자제 지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김 검사 사건이 SNS를 통해 확대된 것을 계기로 내부 단속에 나섰다는 게 검찰 주변의 해석이다. 김 검사가 지인들에게 보낸 “부장검사에게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SNS 메시지는 본지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또 임은정(42·여) 의정부지검 검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부지검에서 (검사들이) 연판장 돌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지침은 ‘검찰공무원의 SNS 사용 시 유의사항’이란 제목의 두 쪽짜리 문건이다. 여기엔 ▶품위를 손상할 수 있는 표현 자제 ▶의사결정 과정을 공개하지 말 것 ▶SNS를 개설하거나 참여하는 행위 주의 ▶사생활 노출 자제를 지시했다. 이에 대해 김후곤 대검 대변인은 “해당 문건은 지난해 7월 대검에서 작성해 전달한 것이다. 일부 현장에서 자율적으로 과거의 대검 지침을 다시 강조했을 수는 있지만 최근의 사건을 계기로 만든 문건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손국희·최선욱 기자 9ke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