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 근무 중 후임병에 대검 들이댄 고참의 죄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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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 병장 김모(23)씨는 강원도 양구군에 있는 모 육군부대 GP(최전방 초소)에서 경계근무 중 방탄조끼를 입은 후임병 A씨의 배를 대검으로 찌르거나 대검을 목에 들이댔다. 김씨는 소총에 실탄을 장전한 뒤 A씨의 오른쪽 얼굴 등에 들이댄 채 “총을 장전했다. 죽여버린다”고 협박도 했다. 김씨는 또 다른 후임병 B씨를 주먹으로 때리거나 수화기 선으로 목을 조르기도 했다.

검찰은 김씨에게 ‘적전 초병특수폭행죄’등 3가지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군형법상 흉기를 들고 초소 근무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경우 ‘초병특수폭행죄’또는 ‘초병특수협박죄’가 적용되는데 그 장소 또는 상황이 ‘적전(敵前)’인지 아닌지에 따라 법정형이 크게 달라진다. 적전이라고 인정되면 ‘사형,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인 반면, 그 외의 경우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해당된다. 적전이면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윤준)는 김씨에게 전적 초병특수폭행죄가 아닌 일반 초병특수폭행죄를 적용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80시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3일 밝혔다.

GP 경계근무 상황을 ‘적전’으로 볼 수 있는지가 재판의 쟁점이었다.

1심 재판부는 “최첨단 전투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해 종전과 달리 적과 대치하는 거리가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객관적 기준 없이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적전’으로 구분하면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진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개연성이 인정되는 적의 습격을 전제로 하는 상황으로 ‘적전’을 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과 가까운 GP에 근무한다고 전투가 임박하지도 않은 상황을 ‘적전’으로 볼 수는 없다는 의미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모두 김씨가 처벌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고, 김씨도 잘못을 깊이 뉘우치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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