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는 부활하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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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과외는 부활하는가. 민정당 유흥수 의원의 국회 본회의 발언을 계기로 과외 부활 논의가 활발하다.
유 의원은 지난달 19일 대정부 질문에서 전면 금지되고 있는 과외의 부분 부활을 촉구하며 『망국병이라고까지 불렸던 과외를 5년전에 전면 금지한 상황은 이해하나 가정교사라는 학비 조달의 주된 수단을 잃어 자립 의지마저 위협받고있는 대학생들에게 만이라도 가정교사 취업을 허용할 용의가 없느냐』 고 물었다.
정부측 손제석 문교장관의 답변은 단호했다. 『대학생들이 과외금지조치로 아르바이트자리을 얻지못해 학비조달에 어려움을 겪고있다는 사실은 알고있으나 과열과외재현우려때문에 이들에게만 허용하라는 요구는 받아들일수 없다』면서 『80년 과외금지조치 당시과외학생 1백46만명의 28%가 대학생으로부터 과외를 받았고, 대도시의경우 52%가 대학생이었다』고 밝혀 대학생의 과외허용은 있을수 없다고 했다.
손 장관의 이같은 정부 방침 천명에도 유 의원이 여당의 중진 의원이라는 점, 과외에 이어 금지됐던 교복 허용 조치와 졸업 정원제의 유명무실화 등으로 미루어 과외 금지 조치도 전면 해제는 아니더라도 부작용 등을 들어 일부 개선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와 때를 같이해 튀어나온 것이 문교부가 한국교육개발원에 의뢰한 「학교 교육 정상화 방안 종합 보완 대책 연구」. 학교 교육 정상화 방안은 80년 7·30교육 개혁 조치의 주요 내용으로 과외 금지가 골간이다.
대학에서는 본고사 폐지·졸업정원제·입학 인원 확대와 입시에서 내신성적 반영 등의 조치가 있었으나 초·중·고교에서의 7·30교육 개혁 조치는 곧 과외 금지 조치와 동일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이에 따라 학력 부진 학생의 학력 보충 기회가 없어졌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시기적으로 문교부의 연구의뢰는 지금 까지 제기돼온 대학생 과외 허용이나 초·중·고교생의 학습결손 과목 학원 수강 허용 등 과외 금지 일부 완화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했다. 시행 5년째를 맞았고 국보위 당시의 각종 조치가 대부분 재검토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문교부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손 장관은 13일 『대학생에게 가정교사 취업을 허용하거나 일부 과목의 학원 수강을 허용한다는 것은 과외 금지 정책의 근본을 흔들리게 하는 것으로 검토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고 밝혔다.
한국교육개발원에 의뢰한 연구 과제와 관련, 문교부 이영교 장학편수실장은 『과외 금지 조치 완화 방안 연구가 아니라 과외 욕구 해소 방안 연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지난 7월 학교 교육 정상화 방안 종합 보완 대책 연구를 의뢰했고, 그 내용은 학교 교육 정상화 추진 상황 종합 평가로 문제점을 분석하고 ▲과외 욕구 해소 방안 ▲학교 교육 내실화 방안 ▲학습 보충 효율화 방안을 연말까지 제시토록 했다』고 말했다.
민정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 『당내에 과외 부활을 주장하는 일부 소수 의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지난번 유흥수 의원의 국회 발언도 그런 맥락에서였다』며 『정부측에 당론으로 건의한 일이 없을뿐 아니라 그같은 일은 현재로서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과외 금지 정책 추진 담당 기관인 사회 정화 위원회 관계자는 13일 『과외 금지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 시책으로 어떤 계층을 위해 바뀔수 없다』며 『대학생에게만 허용하거나 일부를 완화하는조치는 있을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여당 관계자의 이같은 부인에도 불구, 과외 금지 조치는 완화 또는 폐지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70여만 대학생의 20%가 넘는 가정 빈곤 학생이 학비 조달을 못해 어려움을 겪고있고 이들은 특히 반사회·반정부 성향의 행동까지 하게되며 금지 조치에도 불구, 일부에서 음성적으로 변태 과외가 성행하고 있어 오히려 또 다른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교부가 13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단속이 본격화됐던 지난 81년이후 과외금지조치로 7백52명의 학생이 처벌을 받았다. 4백31명이 근신·경고, 3백21명은 정학·휴학조치를 당했다.
학생에 그치지 않고 학부모·소속 학교 교사 및 교장까지 처벌하고 있으나 해를 지나면서 적발 건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81년 1백29명이 82년한때 57명으로 줄었으나 83년에는 다시 2백84명으로 부쩍 늘었고, 84년 1백32명, 85년은 10월말에 벌써 1백50명을 넘었고, 교장이 소속교사를 시켜 자기자녀의 과외를 시킨 일까지 있었다.
학교 교육의 부실과 왕성한 학부모의 교육열 때문에 생기고있는 과외욕구를 교육적으로 수령하지 못한채 물리적 단속으로 하고있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때문에 과외는 여전히 존재하고, 비밀을 지켜야하는 위험 때문에 비용만 엄청나게 올려놓았다는 불편의도 많다.
사설 학원 수강을 허용할 경우 학원 수강료만으로 해결할 수 있으나, 비밀 과외를 하게 되면 몇 곱절의 돈이 들게되고 공부를 숨어서 해야하는 죄의식까지 어린 학생들에게 심어준다는 것이다. 『정부의 과외 금지 조치를 「분서 갱유」에 비유하고 싶다』는 학부모 정광진씨 (변호사)는 『배우고 가르치는 것을 처벌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했다. 극히 일부의 극성 과외가 폐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부유층의 극에 달한 퇴폐·향락 풍조는 단속하지 않으면서 그 열매가 사회로 환원되는 과외를 금지하는 것은 어딘가 잘못된 정책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과외 금지 조치에 대한 비판에 귀를 기울이고 과외 욕구의 정규 학교내 수령을 위한 교육 여건 개선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되겠지만, 사회 위화감을 조성하는 극성과외의 단속을 제한하는 대책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편 일선 교사들은 과외 금지 조치가 일부 학력 부진 학생의 학력 향상 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사실이나 학교가 보충 수업을 정착시키는 등의 노력으로 이를 해결해야하며, 과외가 부활될 경우 빈부의 위화감 조성 등 부작용이 다시 되살아날 것을 상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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