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구로 승격된 조평통…정부 “대남 대화 공세 포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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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달 2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를 정식 국가기구로 승격시켰다고 발표했다. 조평통은 1961년 5월 북한의 정당, 사회단체, 각계 대표 33명이 결성한 조선노동당의 외곽 기구다. 초대 위원장은 역사소설 『임꺽정』의 작가로 잘 알려진 홍명희 전 부수상이다. 후임은 허담 등 한국 정부로 치면 총리급의 최고위 인사가 맡아 왔다. 조평통은 통일 정책이나 남북 대화와 관련해 북측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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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연

북한이 그런 조평통의 서기국(국장 원동연)을 55년 만에 폐지하고, 조평통을 정식 국가기구로 승격시킨 데 대해 정부는 대화 공세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익명으로 브리핑을 한 통일부 당국자는 30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5월 당 대회에서 ‘통일과업 관철’을 언급했다”며 “조평통을 활용해 통일전선 공세를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김일성 통일 유훈 강조, 정통성 강화”
“통일부와 협상의 격 맞춘 것” 의견도

북한은 당대회 이후 남북 군사회담을 제안하며 유화 공세를 펴 왔다. 조평통이 국가기구로 승격됨에 따라 그동안 ▶민족화해협의회(사회문화 교류) ▶민족경제협력연합회(경제협력)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민간 교류) 등 흩어져 있던 대남 정책 및 남북 대화 관련 조직들이 조평통으로 일원화될 것으로 통일부는 관측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수석 통일전략실장은 “할아버지(김일성)의 유훈인 ‘자주적 통일’ 관철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김정은 체제의 정통성이 선대(先代) 유훈에 있음을 명시함으로써 대내 결속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본격적인 대남·대외 협상 국면에 대비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조평통이 당 외곽 기구라는 점에서 통일부의 남북대화 파트너로 격(格)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번에 그런 걸림돌을 치운 셈”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경남대 김근식(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남북관계를 민족이 아니라 국가 대 국가의 입장에서 다루려는 의도”라며 “그런 점에서 보면 꼭 긍정적인 시그널로 해석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관심은 누가 조평통 위원장을 맡을지다. “김정은이 직접 맡을 수 있다”(자유민주연구원 유동열 원장)는 관측과 “국가 최고지도기관인 국무위원회의 위원장 자리를 차지한 김정은이 국가기구(조평통)의 수장을 맡는 것은 격에 안 맞아 고위 간부를 내세울 것”(이수석 실장)이라는 전망이 갈린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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