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유독 포도주」 나돌고 있다.|4년간 5만여병 반입 추정 고가암거래…미군·경찰 수거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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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신경장애를 일으키는 유해물질(디에틸렌 글리콜)이 들어 있어 유럽의 애주가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유독 포도주」가 외국인상대 클럽 등을 통해 국내에서 암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주한미군과 경찰이 수거령을 내리고 암거래루트를 추적하고 있다.
미8군은 최근 영내 장교클럽 등 판매업소 7군데를 조사해 유독 포도주 2병을 수거했으며 동두천 미군부대에서는 4일부터 이 포도주의 판매금지처분과 함께 수거작업을 벌이는 한편 수거된 포도주를 미국으로 보내 유해정도를 정밀 검사해 주도록 요청했다.
또 서울 용산 경찰서는 7일 유독 포도주가 서울 이태원 등의 유흥업소에 나돌고 있다는 정보에 따라 수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수거대상은 이탈리아 리유니테사 상표가 붙은 「비안코」「로사토」「랍즈부르스코」「델아멜리아」 등 4종.
◇거래실태=이 포도주가 우리 나라 미군부대에 공급된 것은 82년 초부터.
종류별로 매달 12병들이 30상자씩 정기 공급돼 줄잡아 5만여병이 국내에 반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암거래=동두천 P클럽주인 이모씨(38)는 『이 포도주들이 암매상을 통해 국내 고급유흥업소에 흘러나오고 있으며 1병에 3∼5달러짜리가 내국인에게는 10배 이상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고 말하고 다른 포도주의 알코올농도가 11%인데 비해 이 포도주는 8%이고 단맛이 나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의정부 B클럽 주인 신모씨(32)는 감춰놓고 단골손님에게만 팔고 있으며 값이 비싸 특히 서울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디에틸렌 글리콜=자동차부동액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포도주의 단맛과 알코올농도를 높여준다.
사람이 1백mg이상 섭취하면 두통이나 일시적 신경마비를 일으키며 허약한 사람은 14g정도가 치사량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일본=3개월 전 오스트리아산 포도주에 디에틸렌 글리콜이 들어있는 것으로 밝혀진 후 서독산에서도 검출돼 유럽전역·홍콩 등에서 수거소동을 빚었다.
8월 초순에는 일본최대의 포도주메아커인 만스와인사의 2개 제품에서도 검출돼 모회사이자 간장으로 유명한 기꼬망의 「모기」(무목극기)사장이 물러나고 제품수거소동을 벌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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