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축구 끝없는 도전(중)|「8강 꿈」달성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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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올림픽과는 훨씬 다른 의미에서 월드컵축구대회 본선은 참가자체에 엄청난 영광과 자랑을 부여한다.
장구한 세월에 걸쳐 치열한 예선의 경쟁을 뚫어야하기 때문이다. 본선진출 24개 국가의 대표팀은 축구의 백미를 표현해내는 정예이며 국제축구연맹(FIFA)의 나머지 1백26개국 축구계는 선망의 눈길로 이들의 대회전을 지켜본다.
한국의 꿈은 8강 진출. 그러나 현재의 실력으로 보나 과거 아시아국의 성적으로 보아 이 꿈의 실현은 결코 쉽지 않다.
『불과 반년의 시간에 우리대표팀의 경기력이 유럽이나 남미수준에 육박하는 기적을 이루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데까지 최대의 향상을 이룩하도록 땀을 흘려야지요. 예선통과의 감격과 흥분을 식히고 새로운 설계에 착수한 김정남 감독의 말이다.
『54년 스위스대회 때 헝가리에 9-0, 터키에 7-0으로 대패했던 일은 다시 있을 수 없습니다. 불과 2년 전 세계청소년 선수권대회에서 4강의 위업을 이룬 한국축구는 물론 차원이 다르지만 월드컵대회에서도 결코 미약한 존재로만 그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평소 신중하고 과장을 꺼리는 김감독은 의외로 단호하게 말했다.
『물론 그러한 기대와 욕심을 성취하기 위해선 전력의 대폭 향상을 꾀해야 합니다. 김감독은 세계무대에 내놓기엔 우리 팀의 실상에 너무도 허점이 많음을 솔직히 시인했다.
「역대 월드컵본선에 참가한 아시아지역 국가 중 최고의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 최소한의 과제라고 말한 김감독은 현재의 전력으로는 그 정도의 평점을 받을 수 없다고 단정했다.
김감독이 지적하는 대표팀의 결점을 요약하면-.
①체력이 약하다. 경기에 따라, 또 90분간의 한 정기 중에 컨디션의 기복이 심한 것은 체력의 불안이 첫째 요인이다. 체력이 약하니 스피드도 살아나지 못한다.
②자신이나 동료선수가 볼을 잡는 순간, 자신이 취해야할 최선의 다음 동작에 관한 순간판단력이 모자란다.
③논스톱의 패스와 슈팅의 부정확, 헤딩과 태클의 능력은 세계수준과 비교할 때 크게 뒤진다.
④골키퍼의 방어력은 풀백진 4명의 기능을 합친 것보다 더 커야하나 훨씬 미흡하다.
⑤세트 플레이에 의한 공격성공률이 약하다. 따라서 코너킥이나 문전프리킥 때 거의 기대를 걸지 못한다.
⑥특히 공격수의 경우 볼을 다루는 기교가 미숙하다.
김감독은 김석원이 완쾌되어 복귀하고 변병주가 계속 정진하며 김종부, 김주성이 계속 성장, 최순호와 호흡을 맞추면 공격력은 상당히 증폭될 것이며 수비진도 비슷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그러나 힘과 기교의 경비가 필요한 링커진의 강화를 앞으로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보았다.
김감독은 예선을 뛴 19명을 특별한 사고가 없는 한 본선에까지 출전시킨다는 입장이며 곧 수명을 보강(본선엔트리는 22명)하여 겨울엔 해외전지훈련도 실시, 「멕시코고원의 꼬레아선풍」을 향해 매진할 것을 다짐했다.

<박군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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