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화 세력과 싸워 이겼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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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 부의장 수락 여부를 떠나 전통 야당인 신민당을 사당화 하려는 세력, 왜곡된 현상과 싸워 이긴 것입니다.』
당내 외의 역풍 속에 국회 부의장에 당선된 조연하 의원은 29일 아침까지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두 김씨에 대한 깊은 「감정」부터 피력했다.
조 의원은 12대 국회 최대의 파란을 일으킨 본회의의 표결 직후 수락 연설도 하지 못 한 채 이민우 총재를 만나 『죄송하다』는 한마디를 남긴 채 국회를 빠져 나와 시내S호텔에 투숙.
-여당에 득표 운동을 했읍니까.
『나는 당이 공식 지명한 후보가 쉽게 당선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으며 여야 의원의 공감대가 제대로 반영된다면 나의 당선도 가능하리라 생각했읍니다.』
-왜 김대중씨와 비뚤어졌읍니까.
『나는 그와 20여년간 정치 생명을 같이했으며 그 사람 때문에 2년6개월이나 감옥에도 갔다 왔어요. 그런 그가 막상 당 내외의 중론을 무시하고 사사로운 이익에 얽매여 엉뚱한 지명을 하길래 나로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읍니다. 한마디로 절치부심의 심경으로 응전을 결심한 것입니다.』
-김상현씨등 가까운 사람들까지 말렸던 게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유제연 의원과는 붙으면 자신 있었고 명분도 있다고 믿었어요. 그러나 이용희 의원은 힘든 상대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사꾸라」라는 소리를 들을 바에는 사당화 방지에 일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주류가 제명시키면 어떡할 것입니까.
『의총 결의는 흥분된 사태에서 나온 것이고 차분히 생각하면 나의 행동이 제명거리가 되지 않으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겁니다.』
-결국 민정당 덕분에 당선된 것 아닙니까.
『야당 부의장 치고 여당의 도움 없이 당선된 적은 없었어요. 물론 민정당 내에는 나의 처지를 동정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민정당 의원의 동정도 우리 당의 분위기가 전해져 생긴 것 아닙니까.』
6.25때 서울대 농대 재학 중 학도병으로 참전했고 해공 신익희 선생, 홍익표씨 등과 인연이 닿아 5대 국회 민주당 소속 민의원으로 정계에 진출.
8대 유신후 투옥됐으며 12년만에 정계에 복귀했다. 동교동계의 신민당 창당 주역 중 한사람이며 이철승 의원과는 오랜 지기.
아호는 춘산이며 부인 임영자씨와 슬하에 1남3너를 두었다.

<이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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