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 봉사장 금장 받는 백금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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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어쩌다 하루라도 봉사를 거르고 집에만 있게 되면 오늘은 헛살았구나 싶습니다.』
6·25동란 중 서울 적십자 병원에서 부상 장병들의 피고름 묻은 옷들을 빨기 시작한 이래 30년이 넘도록 적십자 봉사 활동에 몸담아 온 백금순씨(77).
고아원·양로원·일선 장병 위문에서 수재민 구호 활동·환자 돌보기·불우한 아기들을 위한 옷 만들기 등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일이라면 서슴없이 발벗고 나서서 「봉사 할머니」로 통하는 그에게 올해로 창립 80주년을 맞은 대한 적십자사가 봉사장 금장을 수여한다.
전쟁터에 나간 네 아들을 생각하며 백씨가 부상 장병들의 빨래를 시작한 것은 1951년. 수돗물 사정이 나빠 정릉 골짜기까지 가서 온종일 빨래하던 기억이 새롭다고 한다.
지난 1968년부터 8년 동안 서울 중구 적십자사 부녀 회장직을 맡았던 그는 아직도 김장철이면 경찰관들을 위해 김장을 담그고 연말에는 팥죽을 쑤어 대접하는가 하면 근로 청소년 선도 사업에도 앞장선다.
77세의 나이에도 적십자 병원에서 고즈를 접는 일쯤은 여느 젊은 부녀 봉사 회원 못지 않게 손놀림이 재다며 웃는다.
『우리 둘째아들뿐 아니라 숱한 젊은이들이 나라 위해 목숨도 바쳤는데 이만한 일쯤이야 무슨 대수겠어요』하며 이번 수상을 겸연쩍어 하는 백씨.
봉사엔 정년 퇴직이 없으니 힘자라는데 까지 계속 일하겠다며 『봉사가 남을 위한 일이라지만 사실 허송세월한 뒤의 허망한 기분 대신 뿌듯한 보람을 느끼게 해주니까 결국은 나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덧붙인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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