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소유권의 보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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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보험 서비스산업의 개방압력에 뒤이어 이른바 지적소유권보호를 내건 미국의 잇단 파상공세가 국내외에 크나큰 충격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는 이 같은 미국의 최근 일련의 움직임이 호혜적 국제통상의 파트너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횡포로 밖에 볼 수 없다.
국제간거래, 특히 오랜 거래선들간에는 누구나 합의된 공통준수의 룰이나 묵시적 관행이 있어야 하고 그것들을 바꾸는데도 공동의 합의나 쌍무적 협의과정은 언제나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과정들은 또한 언제나 얼마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한마디로 미국의 최근 행동이나 결정은 이 같은 거래의 일반원칙과 관행, 거래상대에 대한 지켜야 할 예우 등 모든 과정과 절차를 생략한 오만한 결정이라는 점이 우리들을 거칠고 불쾌하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서비스시장의 개방이나 지적소유권의 보호가 어떤 이유로 국제무역의 불균형을 시정하는 수단이 돼야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치로 따지자면 상품무역의 불균형은 그 나름의 독자적·내재적 인과관계로 발생한다.
문제되고있는 미국의 무역적자는 미국상품, 나아가서는 미국산업의 경쟁력이 그만큼 뒤처진 결과이지 결코 한국이 그들의 지적소유권을 보호하지 않은 탓으로 볼 근거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그들 산업의 경쟁력 저하가 달러의 과대평가와 맞물려 큰 적자를 내고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해결방식은 당연히 무역의 차원에서 불균형의 시정방향이 찾아져야 하며, 이는 곧 국별· 상품별· 불균형의 시정이 추구되는 것이 온당한 순리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이 같은 순리적 해결의 1차석 협의상대는 가장 큰 무역적자를 만들어낸 일본이 돼야 한다.
우리는 미국의 국민과 정부가 일본산업의 효율에 대해 가져온 열등감을 감추고 엉뚱한 곳에다 화풀이하는 것을 제일 못마땅하게 여긴다.
문제를 지적소유권에만 국한시킨다 해도 우리는 할말이 많다. 우선 이런 문제들은 미국의 지적이 없더라도 모든 사람의 지적창조성과는 국제적으로 보호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상품처럼 정당한 대가로 교류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본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런 문제들은 상품교역에서의 GATT와 유사한 합의된 국제거래규약이나 기구가 아직까지는 확립되어 있지 않다.
그만큼 지적소유권문제는 다양한 문화권과의 거래 이전에 따른 일괄적·통일적 틀의 합의가 어려운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을 외면한 채 쌍무적· 상호주의적협의에만 의존할 경우 보복 또는 영향력을 많이 가진 강자의 논리가 지배할 우려가 높아지며 이는 곧 지적창조물의 공유발전이라는 지금까지의 문명발전패턴을 그게 왜곡시킬 것이다.
따라서 지적소유권의 문제는 1대1의 문제라기보다 GATT와 유사한 국제공동의 협의기구를 조속히 구성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다만 우리로서는 그 과도기에서 보다 공정한 거래가 증진되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협력만은 실천해야할 것이다.
이점에서 볼 때 지적소유권가운데서도 저작권문제나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구체적인 검토가 있어야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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