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서 머리카락 나왔잖아"···배달음식점서 돈 뜯어낸 30대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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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 한 유명프랜차이즈 피자전문점 점장 A씨는 지난 8일 오후 8시50분쯤 당혹스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주문전화인 줄 알았는데 다짜고짜 “배달 온 피자에서 머리카락이 나왔으니 환불해달라”는 요구였다. A씨는 매장을 방문해 머리카락이 나온 피자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자 상대방은 거친 목소리로 “인터넷에 악성 후기를 작성하고 시청에 민원을 넣겠다”고 협박했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불러준 은행계좌로 1만500원을 송금했다.

# 경기도 군포시내 한 피자전문점 매니저로 일하는 B씨 역시 지난 1월 12일 오후 3시쯤 이 같은 전화를 받았다. 머리카락이 나왔으니 환불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주문 내역에 없는 번호였지만 워낙 완강하게 이야기해 3만3900원을 입금해줬다.

부산 지역의 한 스포츠의류매장 종업원 최모(32)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2014년 2월부터 최근까지 배달음식점 260여곳으로부터 430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붙잡혔다.

배달음식점들이 인터넷상의 ‘업체 후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노렸는데 최씨는 실제 단 한 번도 음식을 주문하지 않았다.

일부 배달음식점들이 이물질이 나온 증거사진을 요구하면 “음식은 이미 버렸으니 음식값의 반이라도 돌려달라”며 5500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소액이라 경찰에 귀찮아 신고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노린 것이다. 경기 군포경찰서는 사기혐의로 최씨를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배달앱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전화번호 등을 보고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범행했다”며 “이 같은 피해를 막으려면 반드시 주문 이력을 확인하고 증거사진을 요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군포=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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