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중계료 3억불만 받고도 흑자오륜 치를 수 있을지 걱정|신기철(29·회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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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4일 88서울올림픽의 미국지역 TV방영권이 NBC로 결정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국민들의 관심사는 당연히 NBC가 미국지역 방송사로 선정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중계권료가 광고사정에 따라 최저 3억달러, 최고 5억달러 선에서 타결되었다는 금액문제다.
애초에 7억∼8억달러는 받을 수 있다던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의 큰 소리가 무색하게 88년 캐나다 동계올림픽의 미국중계료보다도 적은 돈을 받을 수도 있다는 협상내용은 국민들의 실망과 의혹까지 불러 일으켰다.
물론 당국자들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보여지지만 그렇다면 올림픽과 같은 국가적 중대사를 계획하면서 예산편성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당국은 휘장사업·복권판매·시설지출의 감소 등으로 국민부담없이 흑자올림픽을 치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벌써 외신을 통해 미국측 방영여건이 좋지 않으므로 3억달러이상은 받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면 중계권료 수입은 순외화획득이지만 여타 국내기업이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수익사업은 결국 부담이 국민 각자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현지사정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구실로 흑자올림픽에 차질이 없다는 것만을 강조하는 것은 국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최근 우리나라의 덩치 큰 외채문제가 국가적 중대사로 인식되어 전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마당에 안이한 자세라고 비판받아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
또 당국자들이 협상의 내막을 상세히 밝히고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미흡해 아쉬운 감도 든다.
올림픽은 세계로 향하는 온 국민의 잔치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공통된 인식과 광범위한 협조가 필수적이다.
올림픽을 추진하는 관계기관들이 좀더 국민과 가까워져 전 국민의 폭넓은 성원을 받는 노력을 기울일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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