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덕바탕의 유교적 학문권 정립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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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과학문명의 말폐가 횡행하는 현대사회에서 유교는 과연 무엇을 기여할 것인가.
이완재교수(영남대)는 『인간을 근본으로 하는 인본주의 유교정신을 다시 음미할 때 휴머니즘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유교학회가 주최한 제1회 유교사상 학술회의에서 이교수는 또 지와 덕이 괴리된 지식일변도의 현대학문 추세에 자신과 함께 타인을 완성시켜 모든 생명의 순조로운 창달을 목적으로 하는 유교적 학문관이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교수는 또 인간의 본성과 우주이법에 근거하며 시의성을 존중하는 유교의 윤리관이 윤리부재의 현대사회에 윤리확립의 핵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자연을 정복코자하는 현대인의 자연관 역시 생명으로 충만된 삼라만상의 조화로 생명의 원융상을 이루려는 유교정신으로 반성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인간이 자연(물)을 해치고 사람을 소외시키는 현상을 현대산업사회의 우환으로 지목한 황준연교수(전북대)는 율곡이 『격몽요결』에서 말한바 『사람을 은혜롭게 하고 자연을 건져주려는 것』(혜인제물)은 소외를 극복하고 자연에 대한 공해를 건져주려는 것으로 해석했다.
황교수는 인간의 생명력과 자연의 활성력을 위해 「혜인제물」의 정신을 되살리는 일이야말로 유교의 사상체계가 현대문명사회에 공헌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또 민주주의의 정착이 이 시대의 과제라고 전 한 금장태교수(서울대)는 『이 시대 백성의 정당한 권리를 확보해주고 그 통치권력의 한계를 명확히 규정해주는 것이 유교의 근본적인 과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을 「민본유교」라고 지적, 이는 바로 민본원리라는 묵은 술을 군주제 사회라는 낡은 부대에서 민주주의라는 새 부대로 옮기는 재인식 작업이며 유교는 그만큼 엄청난 자기혁신을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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