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문화마당<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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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가을문화 마당은 즐겁다.
5월부터 시작되는 유럽의 여름이 문화축제의 계절이라면 한국의 가을 10월은 민족의 신명이 문화와 함께 어우러지는 또다른 축제의 계절이다. 고유 민속놀이가 지금 지방마다 한창 벌어지고 있다. 들에서, 마당에서, 두렁에서 피리·꽹과리·장고소리가 우리의 흥겨움을 일깨운다.
도시에선 전시관으로, 극장으로 발길이 바쁘다. 너나없이 이 가을의 문화정취를 한순간이라도 맛보고자한다.
가을문화마당은 지금 어디서 무엇이 펼쳐지고 있는지 컬러로 점검해본다.

<피카소 걸작전|피카소에 매료된 미술애호가들 연일 장사진>
지난4일부터 오는 31일까지 호암아트홀에서 열리는 「피카소 걸작전」에 매일 미술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아기를 안은 주부부터 중학생까지 관람층은 다양하다. 과연 「피카소」의 그 무엇이 한국인을 매료시키고있을까.
흔히들 「마티스」는 선의화가, 「피카소」는 형태의 화가라고 부른다. 그러나 「피카소」 의 데생을 보면 그도 「마티스」 못지않은 유려한 선의 대가임을 금방 알수있다.
지금 열심히 감상하는 작품은 「코트·다·쥐르」. 지중해변의 풍경을 그린 1965년도 작품이다. 마치 동화의 세계처럼 칸시 주변의 풍경이 정답다.
「피카소」라고 눈이 3개, 코가 2개인 입체파 그림만 그리는것은 아니다. 그가 이렇게 부드러운 그림도 그릴수있는 것은 원숙한 선을 바탕으로, 해체되기 이전의 대상에 열렬한 인간애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용|◇창작회의 『인다리』>
한국창작무용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있는 창무회는 이번 제7회 대한민국무용제에 창작무용 『인다리』로 참가, 전용무대인 신촌의 창무춤터에서 연습에 땀을 흘리고있다.
인다리 (인교)는 신내림을 거부한 이의 주변인물들이 대신 희생되어 새로운 무당의 탄생을 위해 다리를 놓는다는 무속의 개념. 창무회는 바로 이 인다리의 개념을 창조적인 몸짓으로 표현·전달한다.
신내림을 거부한 한 여성이 자신의 주변인물들이 대신 희생당하자 이를 보다못해 스스로 인다리가 되어 이승의 한을 품고 저승 (구천)을 맴돈다.
안무를 맡은 임학범씨는 『죽음을 상징하는 흰색 의상에 새끼줄과 방울을 소도구로 사용, 신내림과 인다리가 되는 과정을 표현하려한다』고 밝힌다. 이 창작무용에는 임씨외에 임현선·임관규·한명옥씨등 창무회회원 9명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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