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통신문 알림장 앱 ‘아이엠스쿨’ 대만서 인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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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호 10면

지난달 부산시 센텀기술창업타운에서 열린 ‘제4회 공공데이터 창업 토크’. [사진 행정자치부]

도해용(45) 레드테이블 대표는 10년 만에 재기했다. 2000년 창업한 마이폴더넷은 국내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평가 업체로 성장했다. 하지만 벤처 붐이 꺼지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2011년 초 음식점 순위를 제공하는 레드테이블을 세웠다. 3년 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서울 지역 레스토랑 순위를 발표한 게 인기를 끌었다. 표준 메뉴명과 음식에 대한 설명은 한국관광공사와 한식재단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이 서비스는 ‘제2회 공공데이터 활용 창업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벤처 투자사로부터 11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그는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창업 초기에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게 아주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 온 ‘정부3.0’이 4년 차에 이르면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정부3.0은 공공정보를 적극 개방하고 부처 간 협력으로 국민 맞춤형 서비스, 일자리 창출, 창조경제를 지원하는 정부 운영 패러다임이다.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은 “과거의 탁상공론식 행정에서 벗어나 국민이 원하는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정부3.0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 개발 건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5월 기준 850여 건으로 공공데이터법 시행 초기인 3년 전과 비교하면 약 20배 늘었다. 정부는 데이터 개방에서 멈추지 않고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창업을 지원한다. 올 초엔 서울 용산구에 창업지원센터 ‘오픈스퀘어-D’를 세워 예비창업자를 육성한다. 현재 11개 팀이 입주해 있다. 이 중 공공데이터와 가상현실(VR)을 접목한 스타트업 고브이알은 투자 유치에 성공해 최근 용산 전자상가 내에 330㎡(약 100평) 규모의 VR 체험존을 만들었다. 또 ‘지속가능발전’ 입주팀은 기업의 비재무 데이터로 착한 기업을 찾아주는 아이디어로 네이버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정부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국민이 직접 정부3.0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오늘부터 나흘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정부3.0 국민체험마당’이 열린다. 이번 행사의 슬로건은 ‘손끝으로 만나는 정부’다. 지난해보다 전시 규모를 두 배로 키우고 터치스크린·VR 같은 첨단기술을 활용해 구성했다. 전시관도 국민 관심 사항을 분석해 ▶정보공개(열림관) ▶생애주기 서비스(생애관) ▶맞춤형 서비스(맞춤관) ▶일자리와 창업(데이터관) ▶정부3.0 미래(미래관) ▶유능한 정부(스마트관) ▶국민 참여와 소통(참여관) 7개 테마로 구성했다. 특히 데이터관에서는 공공데이터 개방과 활용에 따라 달라지는 생활을 살펴볼 수 있다. 인기가 높은 곳은 체험존이다. 관광정보가 탑재된 VR기기를 착용하면 눈앞에서 독도의 풍경이 펼쳐진다. 또 자동차 시뮬레이터에 앉으면 교통사고 정보는 물론 실시간 교통정보가 반영된 가상 도로를 직접 운전해볼 수 있다. 이 밖에 아이엠컴퍼니의 아이엠스쿨, 구니스의 스마트팔레트 등 스타트업 서비스도 체험할 수 있다.


정부3.0 성과는 해외에서 관심이 높다. 지난해 7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전자정부 데이터 개방 평가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정부는 정부3.0의 주요 성공사례 80여 건에 대해 영문 홍보영상을 만들어 주요 외교공관 등에 배포했다. 또 지난달 중순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한·멕시코 공공행정 협력포럼에서도 정부3.0이 소개됐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정부3.0을 세계적인 정부 혁신 브랜드로 만들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올 하반기 ‘정부3.0 글로벌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스타트업 서비스도 해외에서는 인기가 높다. 아이엠컴퍼니의 교육 알림장 앱인 아이엠스쿨은 지난해 대만에 진출했다. 학교 홈페이지와의 연동을 통해 자녀의 가정통신문을 학부모가 모바일로 볼 수 있는 앱이다. 대만에 출시한 지 3개월 만에 101개 학교가 신청했다.


올해는 데이터 개방 품질을 높이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행정자치부 전성태 창조정부조직실장은 “각 기관이 지속적으로 양질의 공공데이터를 개방할 수 있도록 ‘품질 관리 프로세스’를 평가할 계획”이라며 “데이터 품질이 올라가면 기업들은 데이터를 재가공하는 데 들인 비용과 시간을 연구개발에 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10월까지 평가를 실시한다. 농·축·수산 가격정보, 상권·부동산 종합정보 등 지난해 개방된 11개 국가 중점 데이터베이스(DB)와 버스교통정보·관광정보 같은 민간 활용이 높은 DB도 포함된다. 전 실장은 “올해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점차 평가 대상을 확대해 고품질의 데이터를 개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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