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신격호 수조원대 재산 내역 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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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신격호(95·사진)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수조원대 재산 내역을 파악했다. 그의 전 비서실장이 보관해온 서류뭉치 등을 통해서다. 수사팀은 롯데그룹의 비자금이 신 총괄회장에게로 흘러들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압수한 ‘금고지기’서류 통해 파악
재산 중 일부는 차명으로 보유

서류와 함께 발견된 현금 35억원의 출처가 이를 밝힐 단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는 신 총괄회장의 전 비서실장 이일민(57) 전무를 연일 불러 신 총괄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신동빈(61) 회장과 신동주(62) 전 부회장 간 경영권 다툼 때문에 비서실장 자리에서 해임되자 롯데호텔 34층의 신 총괄회장 금고에 있던 이 서류들을 처제 집에 옮겨놨다. 검찰은 지난 13일 서류들을 압수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서류에는 신 총괄회장의 재산 내역도 들어 있다. 롯데 관계자도 “당시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해당 서류를 내놓으라고 이 전무, 신동빈 회장 등에게 요구했으나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 재산은 건드리지 말라’며 거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이 파악한 신 총괄회장의 재산은 수조원대다. 경제잡지 ‘포브스 아시아’가 지난달 발표한 한국의 부자 50인에 신 총괄회장 이름은 없었다. 50위의 재산은 7000억원대였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재산 중 일부를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수사팀은 계열사에서 조성한 비자금으로 재산을 불렸는지, 재산 중 일부를 다시 비자금으로 조성해 사용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이씨가 가지고 있던 35억원이 나온 곳이 ‘비자금 저수지’일 수 있어 이 돈의 출처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의 자산 관련 자료가 상당수 확보돼 집중 분석 중이다. 특히 신 총괄회장 금고에서 발견된 고액의 현금 출처와 용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롯데그룹과의 자산 거래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확인 중이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롯데 계열사들은 2000년 이후 신 총괄회장이 소유하던 부동산을 11차례에 걸쳐 총 651억원에 매입했다. 롯데상사가 2008년 인천 계양구에 있는 신 총괄회장의 임야 166만여㎡를 504억원에 산 것이 대표적이다. 공시지가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금액이었다고 한다.

검찰은 2009년 12월 호텔롯데가 신 총괄회장의 롯데물산 주식을 주당 4만5000여원(총 47여억원)에 매입한 경위도 확인할 계획이다. 그해 1월 호텔롯데가 주당 2만6000원에 롯데물산 주식을 산 것에 비해 비싼 금액이기 때문이다.

또 이 전 비서실장 등이 “신 총괄회장이 매년 100억원대 자금을 운용해왔다”고 진술함에 따라 계열사 비자금이 신 총괄회장에게 흘러갔는지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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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과 롯데 간의 부동산·주식 거래는 외부 법인의 가치 평가를 거쳐 진행됐다. 신 회장에게 간 100억원대 자금도 정상적인 배당금과 급여다”고 말했다.

신격호와 관련된 롯데의 자금 흐름

● 롯데 계열사, 2000년 이후 신 회장 부동산 11건

총 651억원에 매입(고가 매입 의혹)

● 호텔롯데, 2009년 신 회장 롯데물산 주식

47억여원에 매입(시세 두 배 매입 의혹)

● 전 비서실장 “신 회장, 매년 100억원대 자금

조성·운용”(비자금 조성·사용 의혹)

서복현·윤재영 기자 sphjtb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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