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은 건물은 멀쩡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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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멕시코시티는 16세기 신대륙에 도전한 스페인사람들이 정복한뒤 호수를 메워 그위에 현재 멕시코시티의 원형이 들어섰다. 이곳은 태양신과 사람을 제물로 바치던 아즈텍문명이 융성했던곳.
이번 지진으로 피해가 집중된 멕시코시티 중앙의 구시가지가 바로 이지역이다.
호상에 세운 도시이기 때문에 지반이 부드럽고 이「부드러운 구조」 가 지진에는 비교적 강할것으로 멕시코 사람들은 믿어 왔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멕시코시티는 호수를 메우고 새워진 도시이기 때문에 지진이 기습할 경우 마치 「유리그릇속에든 젤리」 처럼 뒤흔들릴수밖에 없으며 시중심부에 늘어선 고층건물들도 지진에 대비해서 건설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지진에 더욱 피해가 컸다고 분석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기술연구소의 지질전문가인「조지 하우스너」씨는 멕시코시티가 그같은 취약점을 안고 있었기 때문에 진앙지가 3백21km나 떨어진곳에서 발생한 지진에 엄청난 피해를 보게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우스너」 씨는 멕시코시티가 옛호수의 부드러운 토양위에 세워져 지진이 멕시코시티의 지반을 흔들면 예측할수 없을정도로 시전체가 요동을 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수만명의 사상자를 낸 멕시코의 대지진은 습지대를 메워만든 약한 지반위에 내진설계를 하지않은 고층건물들이 많아 피해가 더욱 커질수 밖에 없었다.
멕시코시티의 지반을 더욱 악화시킨 이유는 엄청난 양의 지하수를 상수도로 퍼올린 결과 지반의 침하가 심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낡은 빌딩가운데는 이미 기울어져 있는것도 많았다.
외신에 의하면 공업성 통신성 노동성등 비교적 견고한 멕시코정부 청사들이 쓰러졌으며 20층 이상의 고층빌딩도 넘어졌고 튼튼하다고 여겨진 호텔도 박살났다
시내 중심부에 있는 빌딩의 3분의1이 부서졌다는 보도도 있다.
그런데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도시 전체가 폭격을 당한듯 고층건물들이 폭삭 주저앉았는데도 유독 미국인들이 지은「미제건물」들만은 끄떡없이 살아남았다는 점이었다.
미국건축업자들은 내진설계를 철저히 준수했기 때문이었다.
한 멕시코 관리는 『지진으로 시내건물들이 모두 쓰러져 있는 가운데 아무 피해없이 꼿꼿이 서있는 건물들을 보면 대부분 미국인들이 지은 건물이었다』 면서 『이번사건을 계기로 내진설계를하지 않은 멕시코 건축업자들에 대한 조사가 실시될것』이라고 말했다.
피해를 더욱 크게한 것은 멕시코시티의 폭발적인 인구증가와 슬럼화였다.
멕시코시티로 몰려 든 빈민들은 낡은 빌딩이나 아파트에 들어가 살며 이들을 의해 지은 건물들은 철근을 쓰지않고 허술하게 지은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이번 참사의 가장 큰원인으로는 내진설계를 하지않은점과 멕시코의 고질적인 공사부실풍토를 손꼽을수 있다.
멕시코건설업자들은 설계미숙에다 공사에 아직도 속임수를 많이 쓰고있다. 철근이나 시멘트의 양을 속이는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사회간접자본에도 문제가 많다. 배수나 배전, 또는 가스공사등에도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똑같은 강도의 지진이 미국이나 일본에 일어났을 경우 이번과 같은 엄청난 피해는 보지 않았을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면에서 이번 멕시코대지진의 참사가 준 교훈은 크다.<유재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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