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기록 있어도 최대 45억 재창업 자금 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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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칼국수 이어폰’이라 불리는 국산 이어폰을 만드는 티피오스의 허훈(57) 대표는 불과 지난 2010년만 하더라도 실패한 중소기업인이었다. 1986년 스피커 부품업체 ‘SWP신우전자’를 창업한 허 대표는 한때 2000만 달러 수출탑을 받고 연 매출 200억원을 넘나들 정도로 건실한 기업인이었다.

중기청, 올해 예산 1000억 집행
‘칼국수 이어폰’ 허훈 대표도 받아

하지만 사업 확장에 실패하면서 SWP신우전자는 2009년 파산을 거쳐 2010년 폐업했다. 허 대표의 집도 경매로 넘어갔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재기를 노렸지만 창업자금이 문제였다. 파산 기록이 있는 그에게 은행들은 돈을 선뜻 빌려주지 않으려 했다.

이 때 허 대표를 도와준 마중물이 바로 중소기업청의 재창업자금이다. 허 대표는 2012년 중기청에서 2억5000만원을 대출해 티피오스를 창업했다.

허 대표는 이 돈으로 그동안 스피커 분야의 노하우를 살려 ‘칼국수 이어폰’을 개발해 히트를 쳤다. 2012년 재창업 직후 1억5200만원어치 팔린 이어폰은 지난해에는 13억8000만원으로 매출이 커졌다. 3년 사이 직원도 13명이나 채용했다.

허 대표처럼 재기를 꿈꾸는 실패중소기업인을 지원해 주는 제도가 바로 중소기업청의 실패기업인 재창업지원 사업이다. 중기청은 사업을 하다가 폐업을 한 사람들을 폐업자가 아닌 ‘실패 중소기업인’이라고 정의한다. 언젠가는 실패라는 꼬리표를 떼고 건실한 중소기업인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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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중소기업인 지원사업은 크게 운영·시설 자금을 대출해 주는 ‘재창업자금’, 재창업자에게 교육과 마케팅비 등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재도전 성공 패키지’ 등 2가지로 운영된다.

재창업자금 사업은 사업에 실패한 재창업(예정 포함) 기업에게 시설자금 45억원, 운전자금 10억원 한도로 대출해 주는 사업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제1 금융권의 대출 마지노선격인 신용등급 3등급 이하 기업인들에게 기회를 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올해 1000억원 예산으로 전국 중소기업진흥공단 본·지부에서 수시 접수한다.

지난해 신설된 재도전 성공 패키지는 사업계획이 우수한 재창업자를 선정해 재창업 교육, 사업화 컨설팅, 사무공간 제공 등을 패키지식으로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시제품 제작비 등 총 비용의 70% 이내, 3000만~1억원 규모로 국가보조금을 준다. 하지만 총 사업비의 30% 이상은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올해는 53억원의 예산이 모두 소요됐다. 내년 사업자 선정은 올해 하반기에 공고될 예정이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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