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꿈꾸다 마유크림 개발…유커 덕에 신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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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구 클레어스코리아 공동대표가 개발한 화장품 ‘게리쏭 9컴플렉스’는 일명 ‘마유(馬油)크림’으로 불리며 유커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김춘식 기자]

요즘 뷰티업계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마유크림’이라 불리는 ‘게리쏭 9컴플렉스 크림’이다. 지난 2013년 출시 이후 올해 3월까지 약 2300만 개가 팔렸다. 대부분이 유커(遊客·중국 관광객)들의 싹쓸이 구매 덕분이다.

클레어스코리아 이현구 대표
아이폰 성장 보고 돈 빌려 창업
2013년 출시 후 2300만 개 팔려
첫해 매출 49억, 지난해 1800억

마유크림을 만드는 클레어스코리아는 2013년 49억원, 2014년 1000억원, 지난해 1800억원의 매출을 냈다.마유크림을 개발한 이현구(44) 클레어스코리아 공동대표는 “마유크림은 말의 지방에서 채취한 독일산 마유(馬油)로 만든다”며 “마유는 사람의 피하지방과 성분이 유사해 흡수가 빠르고, 보습·탄력효과가 좋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와 미국 풀러신학교를 졸업한 이 대표는 목사를 꿈꾸던 신학생 출신이다. 공교롭게도 이 대표의 아버지는 목사 출신으로 1990년대 치약회사를 차렸다. 목회자금이 부족하자 창업해 매출 100억원대 중소기업으로 키운 뒤 목회 현장으로 돌아갔다.

이 대표는 “시립대 재학 시절부터 아버지 밑에서 치약 영업을 해 대형마트 상품기획자(MD)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감을 익혔다”고 말했다.

2004년 아버지의 권유로 미국 신학교에 진학했지만 눈에 들어온 것은 유통망이었다.

그는 “주말마다 대형 마트를 찾아 매대를 둘러보는 한편, 애플 매장을 찾아 아이폰의 성장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귀국 직후인 2010년 아파트 담보 대출 3000만원으로 창업을 하게 됐다.

마유크림의 대박에는 2013년 이 회사에 합류한 절친 한백(45) 공동대표의 도움이 컸다. 한 대표는 대홍기획 광고기획자 출신으로 이 대표와는 고교(서울 광성고) 동창이다. 한 대표는 중국의 뷰티프로그램 ‘나는 미인이다(我是大美人)’ 등에서 마유크림을 알렸다. 또 롯데홈쇼핑 등 롯데계열 유통사 영업도 도맡았다.

올해를 제2창업의 해로 선언한 이 대표는 클레어스코리아 산하에 연예기획사 C9엔터테인먼트와 화장품 생산회사 코스9 등 2곳의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C9엔터는 SES 출신 배우 유진, 가수 윤하·정준영 등이 소속돼 있다. 코스9은 다음달 김포공장을 오픈하며 클레어스 제품의 생산을 맡는다. 이 대표는 “화장품을 통한 외적 아름다움은 물론 ‘더 좋은 삶을 위한 아름다움’이라는 사업영역을 위해 한류스타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글=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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