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머 발전은커녕 뒷걸음질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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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드라머가 너무 사치로 흐른다는 비판에 따라 서민들 삶의 애환을 그려 나가기로 했던 드라머『고향』(KBS 제1TV)은 방영 4개월여 만에 조기 종영되는 신기록을 세우고 내달초 사라지게됐다.
1년으로 예정된 드라머가 갑자기 종영되는 것도 문제지만, 그 조기 종영이유는 시청자를 더욱 의아케 하고 있다. 다른 제작상의 이유도 있지만 앞으로 계속 열리는 각종 국제회의 및 행사에 참석하는 외국인들에게 그릇된 한국의 이미지를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고려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은 한나라의 국민정신을 이끌어야할 공영방송의 제작태도와 양식을 의심케 하는 일이다.
더구나 그 후속으로는 보다 나은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고 하는데 이는 결국 평균적인 국민생활과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는 드라머로 복귀하는 것으로 드라머의 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또 방송사의 이런 사고방식대로라면 앞으로 IMF용·아시안게임용·올림픽용 드라머를 따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한편 KBS 제2TV의 드라머 『가족』이 이달 안에 끝나고 그 후속으로 조선조 말의 여인수난사를 그린 새 시대극이 이어진다. 이로써 양TV는 무려 7편의 사극과 시대극을 방영케 됐는데 특정시대의 여인수난사와 애정문제가 주된 내용인 무분별한 시대극 붐은 자제해야 마땅하다. <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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