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이세돌의 한끼는 컵라면과 다크초콜릿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본선 4강전 2국> ●·커 제 9단 ○·이세돌 9단

기사 이미지

5보(49~66)=승부가 펼쳐지는 날 이세돌은 식사를 거의 하지 않는다. 이 대국 아침도 걸렀고 준결승 1국을 패한 하루 전 저녁에도 컵라면으로 허기만 달랬을 뿐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식사의 포만감이 수읽기를 느슨하게 만든다는 판단일까.

모든 프로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가 이세돌과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큰 승부일수록 더 신경을 곤두세운다. 하루가 기우는 동안 이세돌이 먹은 음식물은 지하 카페에서 가져온 다크초콜릿 몇 개가 전부다. 물수건으로 입술을 닦아내고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바둑판을 바라본다. ‘백번무적’이라는 커제가 흑을 쥐었는데도 전황은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

상변에 뛰어든 흑 일단이 49 이하 55까지 쉽게 안정을 취하면서 백은 내세울 만한 집이 좌하 일대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두터움에서 앞선 흑이 집으로도 밀리지 않는 형세. 따끈한 녹차를 한 모금 들이켠 커제는 느긋한 표정이다. 좌변 56은 절대의 전개인데 기다렸다는 듯 좌하귀 57로 뛰어든다.

‘참고도’ 백1이면 흑2, 4로 건너 안정하면서 좌하귀 백의 집을 깎아내겠다는 의도. 58, 60은 쉽게 받아줄 수 없다는 고심의 압박이다. 65 때 우상귀 66은 팻감을 겸한 응수타진.

손종수 객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