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통역 안내원이 늘어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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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자칫 녹슬어버리기 십상인 외국어실력을 발휘하여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을 돕는 명예통역 안내원이 지난 7월말로 9천명을 넘어섰다.
언어소통 때문에 불편을 겪는 외국인관광객들을 안내하기 위해 한국관광공사가 외국어를 아는 자원봉사자들을 처음으로 모집한 것은 지난 83년. 서울에서 영어나 일본어를 아는 2O세이상의 주부·직장인·학생등 5천 7백 72명이 첫해에 뽑혔다.
이들은 「Goodwill Guide」」배지와 증명서, 우리나라 소개책자·관광지도를 받고 명예통역안내원으로 나섰다. 언제 어디서든 불편을 겪고있는 외국인을 만날때마다 길안내나 명승고적 설명등 여러모로 친절을 베풀게 된것.
이들 가운데 외국어 회화실력이 더욱 빼어난 1백명을 뽑아 ASTA(미주여행업협회)총회나 올림픽스타디움개장기념식등 상당수의 외국귀빈들이 참가하는 행사에서 안내와 통역을 맡도록 했는데 이들 행사보조요원중 90%이상이 주부.
명예통역안내원들의 활동이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됨에 따라 84, 85년에는 서울외에 인천·수원·경주·제주·부산·대구·광주·대전으로 선발 대상지역을 늘렸다.
외국어도 영어·일어뿐 아니라 독어·불어·서반아어로 늘렸는데 지난 7월말까지 명예통역안내원 배지를 달게된 인원은 9천4백33명. 그중 약 34%가 여성이고 주부도 8백명이 넘는다.
학력·경력·외국어능력 취득과정등을 고려한 서류 심사를 거쳐 선발된 명예통역안내원들은 외국관광객 입국현황이나 관광법규등을 배운뒤 각자 지하철·병원·식당·고궁등에서 외국인들을 도와준 내용들을 엽서로 한국관광공사에 알린다.
78년이래 해마다 1백만명 이상의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는데 이중 40%정도가 언어소통의 어려움을 지적하고있는 만큼 명예통역안내원들의 역할은 크게 기대할만하다.
이미자씨(31) 는『결혼때문에 직장을 떠난뒤 내자신이 사회로부터 고립되지 않으려고 애쓰던 참인데 명예통역안내원으로서 각종 국제행사의 안내를 맡게되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면서 오는 10월의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총회에서도 일하게 되었다고 자랑. 맹숙영씨(36)도『교사직을 그만두고 집안식구들만 위해 일한지 15년만에 집밖에서 내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만난셈』이라며 자녀들도 그렇게 봉사하는 엄마의 새로운 모습을 꽤 좋아하는 눈치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관광공사 남상배씨는 『명예통역안내원이 아니라도 누구나 외국인들을 도와줄 수 있는것은 물론이지만 외국인 안내를 위한 기초상식을 갖추고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친절을 베풀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큰 만큼 앞으로도 명예통역안내원의 선발지역과 그 인원을 늘려 오는 88년까지 1만6천명을 확보하겠다』면서 특히 주부등의 외국어 실력과 사회참여 의식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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