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냄새(528)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날씬한 몸매에 지성미까지 갖춘 미모의 여인이 진찰실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선다. 무슨 일로 온 환자일까 호기심을 갖고 자리에 앉기를 권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이 여성에 관한 이미지가 확 바뀌었다. 『선생님』하면서 증상을 설명하는데 무척 심한악취가 입에서 났기 때문이다.
입이란 소화기관만이 아니라 의사소통의 제1관문이어서 다른 사람과 접촉할때 제일 먼저 사용하게 된다. 그런데 구취는 본인이 평소 잘 느끼지 못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래서 입에서 악취가 나는 사람은 대인관계에서 손해보는 일이 허다하다. 특히 무더운 여름철 땀냄새와 구취가 겹치게 되면 타인에게 주는 불쾌감은 더욱 커진다.
입에서 나는 악취는 생리적, 또는 음식물에 의한 것일수도 있지만 질병에 의한 구취도 무시할수 없는 정도다.
일반적인 구취로는 술이나 마늘을 먹은 사람에게서 나는것으로 심할 때는 입을 열지않아도 풍겨 주위사람을 불쾌하게 만든다. 껌이나 초컬리트등을 먹은후 나는 구취는 오히려 좋은 냄새를 풍겨 생활의 지혜로 활용되기도 한다.
생리적 구취란 음식물의 가스가 입속에서 부패·발효·분해되어 발생하는 것이다.
대부분 잠을 자는 동안 발생하기 때문에 자기 전에 양치질을 하는것이 예방법으로 권장된다. 금니나 의치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 인공치아사이에 음식물 찌꺼기가 남아 부패하면서 악취를 내는 수도 있다.
질병에 의한 악취는 어떤 질병에 대한 하나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입·코·치아에 질병이 있을 때, 소화불량증이나 위확장으로 인해 음식물이 위에 오래머무르게 되었을때, 또는 부패성기관지염등이 있을때 입에서 불쾌한 냄새가 난다. 술마신사람의 구취에서는 알데히드냄새가 나는가 하면 당뇨병환자의 구취는 능금냄새가 나기도 한다. 또 중증환자에게서는 임종때가 되면 고기썩은 냄새가 나기도 한다.
특히 소화기 질환으로서는 위·십이지장궤양이나 위암으로 인해 유문협착을 변발하면 위확장이 일어나며 먹은 음식물이 위속에 정체되면서 발효, 부패가 일어나 가스가 발생, 악취를 내게 된다.
소화기질환중에서도 간질환의 경우 독특한 구취를 내게 된다. 간질환이 진행되면 어느 정도 달콤한 변 냄새를 띤 특유의 구취를 내게 된다.
이것을 「간성구취」라고 부르기도 한다. 급성간질환에서 간성구취가 특히 강하며, 간성구취 환자에게서는 온 방안에 퍼지는 경우도 볼 수 있다. 흔히 암모니아냄새 비슷한 구취는 신질환말기의 요독증환자에게서 보게된다. 구취나 악취의 예방은 그 원인질환이나 인자를 제거함으로써 가능하며 구강청결을 철저히 하는 생활 습관이 선행되어야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