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북경에서 웅변대회가 열렸다. 1등상을 받은 한학생의 열변을 들어보자.
『…1960년대에 흔히 들어본 얘기가 있습니다. 모주석의 교시를 받았더니 생산이 10%늘었다고 합니다. 70년대엔 임표를 성토했더니 생산이 10% 늘더라는 것입니다. 사인방을 매도할 시절엔 그 운동덕분에 또 생산이 10% 늘었습니다. 요즘은 당의 지시를 받고 또 10% 늘었습니다.』
이런 웅변에 트로피를 주었다는 사실이 더 재미있다. 8월 1일자 에이시언 월 스트리트 저널지가 1면톱으로 소개한 중공 사회의 「거짓말하는 고질병」기사의 한토막이다.
미국의 여배우 「셜리·매클레인」이 등소평과 만나 주고받은 얘기도 있다. 몇년전 중공의 농촌에서 농부를 만났더니 과학자출신인 그는 농사짓고 사는 일이 그렇게 행복하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등소평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때는 그런 거짓말을 해야 했소!』
「그때」란 모택동시대를 말한다. 하긴 모자신도 거짓말을 솔선수범 했다. 1958년 이른바 「대약진」운동 때 모주석은 농촌수확이 40%나 늘었다고 호언했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요즘 등소평은 입만 떨어지면 이런 말을 한다.
효율성, 생산성, 전문성의 제고.
이 말은 최근 소련의 당서기장이된 「고르바초프」의 입에서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경제의 인텐시피케이션 (효율강화)」―.
중공에서 나타난 그 결과는 제법 다채롭다. 닭을 쳐서 년 1만8천 달러의 소득을 올린 사람, 금붕어 5만마리를 길러 3백60달러를 번 사람, 년 3천달러의 농가소득을 얻은 사람….
그러나 문제는 북경주재 한 미국TV기자가 카메라를 둘러메고 그현장을 찾아 나서면서 노출되었다.
그 고장 관리들은 약속이나 한듯이 당사자가 『이사를 갔거나』, 『죽었다』는 말을 했다.
한 농촌여성이 중공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에 기고한 글도 실감이 난다. 관리들은 TV를 사라고 성화를 하고 입술에 연지 바르기 운동까지 부추기고 다닌다는 것이다.
작년 4월 「레이건」미대통령이 상해를 방문했을 때는 이런 일도 있었다. 농부들을 상해로 불러들여 성시를 이루게 했다.
시대가 바뀌고, 등소평이 무슨 말을 하든, 「거짓 행정」, 「거짓 보고」는 여전하다. 그야말로 중공병이다.
인민일보는 이런 작태를 보다못해 사설까지 썼다. 『붕어눈을 가지고 진주라고 속이는 자는 호되게 쳐야한다.』
그러나 인민일보는 그것이 사회주의, 전체주의의 한계라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