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장마다 노사단합휴가 만발|동해안 26개해수욕장 32개기업·기관 시실…작년 3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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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해안 곳곳의 해수욕장에 전국 각기업·단체·기관의 가족까지 동반한 노사·상하단합단체휴가행렬이 줄을 잇고있다.
뙤약볕속에 알몸이 된 노사·상하와 가족들이 함께 뒹굴며 대화와 놀이를 통해 한마음을 다지는 모습은 보다 생산적인 여름의 피서풍속으로 번져가며 자리잡을 전망이어서 불신으로 얼룩졌던 노사관계에도 변화의 시작으로 기대되고 있다.
강원도동해출장소가 27일집계한 동해안 26개해수욕장의 단체휴양소 운영실태에 따르면 현재까지 32개 기업·기관이 전용·임대 휴양시설을 마련하고 8월하순까지 연인원 4만2천2백50명의 단체휴가를 실시중이며 이는 작년의 3배에 이르는 규모다.
◇휴양소=도산계 침투로 오랫동안 노조조직분규등 골머리를 앓아왔던 H제과는 동해안의 사천해수욕장에 야영장을 설치, 8월하순까지 각부서별로 근로자와 가족등 2천여명에게 교대로 가족동반 단체휴가를 실시하고 있고 역시 노조의 조직분규등으로 심각한 국면에까지 갔었던 L제과도 옥계해수욕장에 5인용 방갈로 1백44동을 임대, 2천여명의 가족동반 단합휴가를 실시중.
대부분 해수욕장에 천막을 치고 야영을 하는 직장이 많으나 여관이나 방갈로를 세내 휴양소를 운영하는 직장도 있다. 32개직장가운데는 민간기업체가 14개업체 (2만3천1백50명), 기관및 단체는18개(1만9천1백명).
32개업체는 예년의 3배이상 늘어난 숫자다.
◇단합=각기업·단체들은 3박4일 안팎의 휴가기간중 근로자와 가족·회사측대표들이 함께 어울려 각종 게임·수영등을 즐기는 외에 틈틈이 토론·고충 진정및 외부인초청 교양강좌, 회사 경영보고, 체력단련등 프로그램을 마련해 단합을 다지고 있다.
『반장은 너무 인간미가 없다』(H제과),『회사측이 근로자들의 인격을 존중해 달라』(K합섬),『회사는 우리들의 요구를 무조건 묵살하지말고 성의있게 수렴해달라』(S탄좌),『부족한 내자식을 가족처럼 돌봐달라』(H공사). 거의 비슷비슷한 근로자와 가족들의 진정·건의에 회사측은『건의사항 모두를 성의있게 받아들이겠다』는 진심어린 답변으로 단합분위기는 고조된다.
『딸이 받아오는 월급이 고된작업에 비해서는 적다고 마음 속으로 불만스럽게 생각했으나 이번 휴가를 통해 회사의 설명을 듣고 대화를 나누다보니 기업의 고충도 이해가 갑니다.』
L제과에 다니는 딸을 따라 휴가를 온 박모씨 (63·서울영등포) 의 말.
공원생활7년째라는 위영예양 (25·L제과)은『휴가를 통해 동료들에게 회사에선 느끼지못했던 피가 통하는 정을 느꼈고 상사와 서먹함이 없어졌다』 며『함께온 가족4명이 모두 회사의 배려에 고마와하고 있다』고 했다.
함께온 박동호생산부장은『기대이상으로 성과가 커 앞으로도 가족동반 합동휴가를 계속 실시해 모두가 한가족이라는 일체감을 조성할생각』이라며『오는 가을엔 여름휴가를 통해 조성된 일체감으로 생산성을 크게 높일수 있을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동해안=권혁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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