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당신] 30~40대 당뇨병 환자 크게 늘어 환자·병원·정부 합심해 관리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당뇨병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전 세계 각국에 당뇨병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고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당뇨병이 세계 공중보건을 위협하고 국가 재정부담을 가중시켜 사회적 이슈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의 칼럼 대한당뇨병학회 이문규 이사장(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당뇨병의 심각성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해마다 1만 명이 당뇨병으로 사망하고 매년 당뇨병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30~40대 젊은 당뇨병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당뇨병을 앓으면 각종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사회경제적 부담도 증가하고 있다. 2015년 당뇨와 관련한 총진료비는 2010년 대비 33.3% 증가한 1조 8000억원을 기록했다.

기사 이미지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 당뇨병 관리 실태가 낙제 수준이라는 것이다. 당뇨병 관리에 필수적인 혈당·혈압·콜레스테롤을 모두 적절하게 관리하고 있는 환자는 전체 환자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최근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약 80%는 적정 혈당 조절에, 절반 정도는 콜레스테롤 조절에 실패하고 있다. 당뇨병 관리 소홀은 당뇨병 만성화를 부르고, 고령이 될수록 사망과 직결되는 합병증을 야기한다.

당뇨병으로 인한 개인, 사회·경제적 부담과 국민 보건에 대한 위협을 감소시키기 위해선 환자와 병원, 정부 세 가지 측면에서 선진화된 당뇨병 관리 시스템이 맞물려 운영돼야 한다. 먼저 당뇨병은 어떤 질환보다 환자 본인의 혈당 관리가 중요하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최근 의학적 통계와 진료 지침에 기반해 환자가 보다 쉽게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생활수칙을 개발해 발표하고 널리 알려나가고 있다. 당뇨병 극복에는 환자 자기주도적인 생활습관 개선과 적극적이고 정기적인 병원 방문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는 병원 차원의 당뇨병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 합병증을 동반한 심각한 당뇨병 환자가 많은 대학병원 등의 종합병원은 당뇨병 환자의 외래진료와 입원치료에 있어 면밀한 관리시스템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인슐린 주사 교육이나 저혈당 예방 교육 등 신규 환자 대상의 당뇨 교육, 입원 관리, 수술 전후의 혈당 감시체계 등 당뇨병 관리 시스템과 수가 등이 재정비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당뇨병과 합병증으로 인한 국가 재정의 막대한 지출을 줄이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병·의원의 당뇨병 관리 실태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평가해야 한다.

정부는 2011년부터 1차 의료기관에 ‘당뇨병 적정성 평가’를 도입해 동네 의원의 당뇨병 관리 수준을 개선했다. 문제는 대형병원의 당뇨병 관리가 평가의 사각지대라는 점이다. 정부는 대형병원의 외래·입원환자에 대한 ‘의료의 질과 환자 안전’ 항목에 당뇨병을 필수질환으로 포함해야 한다. 대한당뇨병학회도 평가도구를 모색해 조만간 정부에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다.

지금부터라도 환자·병원·정부가 합심하고 협업해 촘촘한 360도 당뇨병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가동시켜야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재앙을 막을 수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이문규 이사장(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