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괴저병」공포|발생 20일도 안돼 12명중 7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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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피부가 썩어들어 죽음에 이르는 피부괴저병이 전국으로 번지면서 횟집에 손님이 뚝 끊기고 생선값이 폭락한 가운데 보사부는 17일 피조개·굴·낙지·미더덕·고막 등 일부 어패류에 대해 9월말까지 전국 음식점에서의 날것 판매금지령을 내렸다.
지난달 29일 전남광주에서 첫환자가 발견된 피부 괴저병은 20일도 채못되는 사이 전남북과 경남 등에서 l2명의 환자가 발생해 그중 7명이 숨지는 「삼복의 공포」로 번지고 있다.
◇확산=6월29일 전남광주 조선대의대에 입원, 피부괴저병으로 치료받다 사망한 신우균씨 (61·광주시동명동)에 이어 7월 들어 ▲1일 해남에서 1명 ▲4일 고흥에서 1명 ▲7일 나주에서 1명 ▲8일 광주·여수에서 각각 1명씩 2명 ▲9일 경남삼천포에서 1명 ▲12일 목포에서 1명 ▲14일 전남여수와 전북배옥구에서 각각 1명씩 2명 ▲14일 전남·영광·영암에서 각각 1명씩 2명 등 전남북·경남 등 서남해안 3개도에서 12명의 환자가 발생해 7명이 숨지고 5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발병 1∼5일전 바지락·모듬회·고막산낙지·조개·생게젓 등 날어패류음식을 먹었고 간장질환이나 알콜중독 등 지병이 있거나 신체가 허약한 중년이상 남자로 나타났다.
◇판금령=보사부는 17일 피조개·굴·낙지·미더덕·고막 등을 음식점에서 날것으로 파는 것을 9월말까지 금지했다.
또 수족관을 사용하는 생선 횟집에서는 연안 바닷물의 사용을 금지, 청정해역이나 적어도 육지에서 10㎞이상 떨어진 곳의 바닷물을 길어다 사용하거나 자외선 소독기를 설치토록 하고 각 어판장도 바닥과 고기그릇 등을 클로르칼크 소독물로 씻도록 하는 등 긴급방역대책도 함께 시달했다.
◇횟집=서울 노량진2동에서 15년간 횟집을 해온 오복집주인 차영준씨(47)는 평소보다 손님이 4분의 1로 줄어든데다 찾아오는 손님들도 회나 패류를 먹지 않고 매운탕만 먹고 간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전국적인 것으로 휴가대목을 기대했던 부산·인천·강릉·제주 등 항구와 관광지의 대중횟집들은 물론 도시의 고급왜식집까지 한여름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인천시 항동 연안부두의 경우 예년같으면 요즘 평일 1천여명, 토·일요일엔 4천∼5천여명이 몰렸으나 피부괴저병 파동이후 평일 5백∼6백여명, 토·일요일 2천5백∼3천여명밖에 찾지를 않고 있으며 이 때문에 2백40여개소의 횟집은 개점휴업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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