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제니친 저『붉은 수레바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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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파리에서 불어판으로 출간된『붉은 수레바퀴·1916년11월』(La roue rouge Novembre seize)은 러시아혁명을 소재로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쓰고있는 대하소설 『붉은 수레바퀴』의 제2권이다.
1914년 러시아의 1차 대전 참전에서부터 1922년 소비에트연방 수립까지 러시아혁명의 전 과정을 그리게될『붉은 수레바퀴』는 현재 전20권 정도로 예정되고 있으며 저자는 l8세때인 1936년부터 러시아혁명을 배경으로 한 대하소설을 쓰기로 결심, 50여년 간에 걸친 방대한 자료수집과 연구를 통해 전체적인 줄거리를 완성했다.
이번에 새로 출간된 제2권은 1917년 2월혁명을 앞두고 내란에 휩싸였던 1916년10월27일부터 11월17일까지의 소용돌이쳤던 러시아 사회상을 실제인물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엮었다.
저자는 이 작품에서 방대한 분량의 혁명사를 2∼3주 단위로 쪼개 큰 사건들이 교차되어 일어나는 시기를 한 교점으로 잡아 줄거리를 이어가는 새로운 문학적 기법을 시도, 러시아전역으로 시공을 확대시켰다.
저자는 이 작품의 골격을 74년 서구로 망명하기 전 소련에서 완성했으며 출간된 책의 내용은 여기에 세부적인 내용물만 보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곧 이어 역시 파리에서 불어판으로 출간될 예정인『1917년 3월』에서는 자료로 삼았던 모든 신문·회고록·의회기록·문헌들의 색인이 첨부될 예정이며『1916년 11월』에도 각 사건에 대한 주와 주요용어의 해설, 관계되는 지도 등이 첨부돼 있다.
이 때문에 그의『붉은 수레바퀴』는 기존 소설처럼 의도된 줄거리가 없고 마치 편사적인 역사서술을 읽는 느낌을 주고있다.
소설가로서보다는 역사가로서의 자신을 점점 더 강하게 느끼고 있다는 저자의 이 대하소설에 대해 파리의 시사주간 렉스프레스지는 최근호에서『어린시절 작가나 사제를 지망했던 「솔제니친」이 이번에 출판된 책을 통해 진실을 파헤치는 작가적 역할을 충실히 실천하고 혁명전야 내란의 와중에서 고의든 자의든 소련인이 저지른 과오를 사제적 입장에서 사죄하는 놀라운 고백적 서사시를 펼쳐보였다』고 평하고 있다.

<화야르쇠유출판사·1천85페이지>

<파리=주원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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