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출판량 74년이후 처음 감소|경기침체로 책이 안팔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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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점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고 출판량이 전례없이 감소하는가 하면 책은 팔리지않고 출판인들의 출판의욕이 저하되는 현상이 벌어지고있다. 경기침체의 영향을 톡톡히 받아 책판매의 불황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종로서적은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서점출입인구를 조사했다. 이조사에서 서점출입인구는 l주일동안의 하루평균치로 1만5천명을 조금 하회했다. 이는 지난해동기의 평균치보다 2천명가량이 줄어든 것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조사한 출판량통계는 74년이후 최초로 출판량이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조사는 4월의 발행종수가 3천2백8종으로 84년4월의 3천2백97종 보다 89종 (2.8%)이 줄어들었고 1∼4월까지의 발행량도 1만2천1백72종으로 지난해 1만2천4백l6종보다 2백44종(2.0%)이 줄어들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책이 팔리지 않는것은 경기침체도 원인이 있지만 구매층의 관심이 책외의 곳으로 쏠리는데 큰 원인이 있다.
출판사 범우사 윤형두사장은 『일본의 경우에도 64년 동경올림픽이 열리기전에 책의 불황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면서 『88올림픽까지는 책이 많이 팔리기를 기대하기가 어렵지 않겠는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윤씨는 이같은 예상이 출판인들에게 심리적 위축을 주고있어 좋은기획이 줄어드는 현상을 빚고 있으며 그것이 책의 판매에도 영향을 준다고 보았다.
금서파동도 책의 불황에 한몫을 하고있다. 출판사의 입장에서 기획에 자신을 가질 수없고 광고·판매활동도 위축되고 있다.
H사의 대표는 『요즘은 책을 내기가 모호하고 광고를 했다가 오히려 불이익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광고등 책의 비즈니스가 위축되면 자연 책이 팔리지않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계절적인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학생층의 구매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것이 서점들의 이야기다. 교보문고의 한 관계자는 『책을 사지 않더라도 책방에 들르는 학생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크게 줄었다』고 밝히면서 책방에 학생들이 현저하게 줄어드는것을 보고 그날이 무슨날인지,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느끼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방서점에서의 판매량이 현격하게 줄어들자 일부 출판사에서는 지방서점과의 거래를 당분간 중단하는 곳도 생기고 있다.
마진이 높은 책만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그렇지못한책은 반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적판매의 불황이 장기화될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외국처럼 독자의 수요를 창출할 출판인들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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