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본은 첨단기술이전에 인색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일경제협력은 65년 국교정상화 기본조약과 함께 「재산및 청구권에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의 조인으로 시작되어 이제 20년의 역사나 된다.
양국 경제협력은 초기단계에서는 일본의 경제적 침략에 대한 경계때문에 큰 진전을 보지못하고 정부간 협력에 그쳤으나 점차 민간협력으로 확대, 민간레벨에서 일본의 대한투자가 활발하게 되었고 기술협력에서도 유대가 깊어져왔다.
지난 62년이후 84년말까지 한국에서의 총 외국인투자인가액은 21억달러에 달했는데 이중 일본기업들이 투자한 금액은 전체의 41.4%인 10억달러이며 총기술도입 인가건수 3천1백33건중 일본기업인이 기술을 제공한것은 전체의 55.3%인 1천7백33건에 이르고 있는것이다. 이같은 일본경협의 성과를 우리는 구태여 부인하지 않는다.
또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볼 때 66년이후 연평균 26.8%씩 무역액이 신장한 안정된 수출시장이었고 거리상으로 볼때 적기도입등의 잇점을 갖춘 원료와 자본재공급원이기도 했다.

<41.4% 10억불투자>
그러나 과거 20년을 평가할때 부정적 측면의 부작용과 과실 또한 적지않았다는 점에서 앞으로 양국간 시정하고 개선해야할 과제가 되고있다.
왜곡된 무역구조가 틀이 잡혀 무역적자가 일본에 편중되고 차관·합작투자·기술도입등 여러방면에서 경제적 대일의존도가 심화되고있다.
특히 한국이 의욕적 경제발전을 이룩해오는 과정에서 일본은 경쟁국, 한국에 대한 경계심을 높게 쌓아올려 섬유·철강·조선등 주요산업에대한 자국업체의 과잉보호시책을 쓰고있고 더욱 심각한것은 기술이전, 특히 첨단기술제공을 기피하는 사태에까지 이르고있다.
이에 따라 비록 양국 경제협력이 상호 경제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무역불균형 문제와 함께 기술이전문제가 한일간의 심각한 현안으로 올라있는 형편이다.
작년8월 양국 경제인간에 벌어졌던「부머랭논쟁」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설명해주고있다.정주영전경련회장은 당시 동경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한일기술교류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한마디로 말해 양국경협의 중심은 기술교류에 있다』고 지적, 『양국간의 기술수준으로 보아 부머랭효과란 기우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대해 일본의 경단련회장을 비롯해 원로급 재계지도자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듯이 들고 일어나 『이미 부머랭효과는 나타나고있다』 『신흥공업국들은 이익만 취할뿐 의무와 책임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가시돋친 반론을 제기한것이다.
한국에대한 첨단·고도기술이전이 궁극적으로 일본의 내수및 수출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가 얼마나 강하고 이로인해 일본이 한국에대한 기술이전에 얼마나 인색한지를 적나라하게 노출한 것이다.
경제의 순환논리로 따져 선진국의 기술이전은 산업구조가 상대적으로 약한 개도국에 대해 부품수출을 늘릴수있어 개발한 기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있고 더나아가 기술을 받아들인 개도국의 수익증대가 수입능력의 확대로 나타나기 때문에 선진국에 결코 불리하지만은 않은것이다.
더구나 일본스스로도 인정하다시피 전후일본은 구미의 원천기술을·복사하여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그런데도 과거 그들의 수탈대상이던 국가가 뒤늦게나마 성장 하겠다는데 그처럼 인색한 것이다.

<자국산업 과잉 보호>
일본은 기술이전에 관한한 폐쇄적이다. 미국이 일본에 건네준 기술건수는 80년의경우 4천2백여건인데 비해 일본은 미국에 7백여건만을 제공했다. 원천기술은 미국이 단연 앞서있어 미국에 건내줄 기술이 적은탓으로 이같이 대미제공기술건수가 적기도하지만 미국에서 들여와 개발한 응용기술마저 내주기를 싫어하는 것이 일본이다. 그래서 미일간에도 종종 문제가 생긴다. 일본이 한국에 건네준 기술은 원천기술보다는 저급기술이 많았고 까다로운 부대조건이 붙은게 많았다.
도입기술건수로 보아서는 미국기술이 7백19건 (22.9%)인데 비해 일본이 1천7백33건 (55.3%)으로 압도적 우세이지만 로열티는 미국이 3억9천만달러로 전체의 41.6%인데 일본은 2억9천9백만달러로 3l.8%에 불과한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기술은 원천기술이나 정유·화학 등 덩치가 큰 기간산업에 중점을 둔데 비해 일본기술은 대체로 잡다한 부분에 걸쳐 종류는 많지만 핵심적인 것이 못되었다.
일본이 기술이전에 붙인 불리한 부대조건을 보면 더욱 구미선진국과 대조적이다.
예를들어 ▲일본빅터사의 VTR는 2년간 수출금지 ▲히따찌플랜트의 냉각장치는 대일수출불가 ▲도오꾜산요전기의 양수발전소 펌프터빈은 대일수출불가, 기타 지역은 전협의 ▲히따찌의 석유수지는 대일, 대서독수출불가 ▲무라다제조(주)의 TV용튜너는 대일수출불가, 기타지역은 사전협의 또는 무라다 경유 의무화 ▲오오꾸마철공소의 고속선반은 일·대만지역수출불가, 일본에서 수출품에 대한 검사권보유 ▲히따찌제작소의 냉동기는 동남아지역수출불가 등 갖가지 엄격한 전제조건을 달았다.
과거 식민지정책에 따른 물질적피해의 보상인 대일청구권자금을 주면서도 프로젝트별로 자금을 배정하는가 하면 이자금의 사용에 있어서도 일본의 상품을 구매해야한다는 조건을 붙였던게 바로 일본이였던 점을 생각한다면 기술이전에 붙인 부대조건이야 약과가 아니겠느냐는 말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90개업체 한국진출>
한편 일본기업의 대한진출을 보면 70년 초반이후 섬유 등 노동집약적인 산업에 중점적으로 투자가 이루어져왔으나 그동안 한국의 임금상승으로 노동집약적 산업의 비교우위가 점차 약화됨에 따라 80년 한해만도 1억달러이상의 투자자본을 미련없이 거두어갔다.
현재 합작회사를 제외한 일본의 한국진출업체는 무역업 20, 제조업 27, 은행업 16, 보험업 3, 증권업 4, 서비스업 7, 판매업4개 등 총90개에 이른다.
양국의 GNP규모는 18대1, 1인당GNP 5대1, 수출규모 7대1이다.
이런 격차를 볼때 일본이 한국을 경계만 할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차원에서 경제협력을 확대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과 신홍공업국의 협력에 있어보다 이익을 누리는 쪽은 선진국이라는 OECD보고도 있었다. 실제 한일경협의 경험에서도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한남규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