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녀씨|「서울인형극회」 단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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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좋아하는 일에 흠뻑 빠져사는 재미를 무엇에 비기겠어요? 인형극을 「아이같은 장난」 쯤으로나 여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어린이들의 즐거운 웃음과 어머니들의 칭찬을 들을 때마다 「역시 내가 썩 괜찮은 일에 빠졌구나」 싶습니다.
7년째 인형극 단원으로 살아온 김금녀씨(34)의 말이다.
몇해 전까지만해도 공연무대를 얻기 힘들만큼 인기없던 인형극이 새로 인식되면서 작년부터는 서울의 소극장 공간사람에 상실인형극장까지 생겼고, 지방에서도 공연을 의뢰하는 경우가 늘고있어서 더욱 신바람이 난다는 것. 특히 그가 소속된 서울인형극회는 국내 인형극단사상 전례없는 5백회 공연을 기록했다는 것.
그것은 인형극 단원들의 노력때문만이 아니라 60년대부터 시작된 TV인형극을 보며 자란 30대 어머니들이 인형극의 .재미와 정서적·교육적 효과를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김씨는 말한다.
어쨌든 모처럼 일기 시작한 「인형극 붐」이 인형극 단원들의 호주머니 사정까지 크게 호전시킨 것은 아닌 듯. 25년째 인형극단에 몸담고 있어서 이 분야의 대선배격인 남편(서울인형극회 대표 안정의씨)과 함께 살고 있지만 김씨는 여전히 셋방살이를 면치 못하고 있다. 15명의 단원들에게 넉넉지 못하나마 월급을 주고 남는 살림비용이 어찌나 빠듯한지 하루 2백원씩 용돈을 받는 8살짜리 딸을 김씨네 가족들은 「우리집 부자」라고 농담할 정도.
지금까지 2백개가 넘는 인형들에 옷을 만들어 입혔으면서도 딸의 옷은 한벌도 만들어 주지 못했다는 것. 그러나 새 인형극을 무대에 올릴 때마다 단골관객으로서 야무진 평을 해주며 불평없이 잘자라는 딸이 김씨는 고맙기만 하단다.
김씨는 『많은 어린이들이 무료로 인형극을 즐기도록 야외공연할수 있는 여건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또 산간벽지나 장애자시설의 어린이들을 찾아다니며 공연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외국처럼 정부나 문화단체·기업체 등의 후원을 얻기가 어려워서…』라며 TV나 만화영화에 중독되기 십상인 요즘 어린이들이 인형극을 보면서 직접공연, 문화경험을 누리게 해주고 싶다고 덧붙인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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