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성전」 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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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종로구사직동 사직공원에는 우리의 국조 단군의 성상과 영정을 봉안한 사당이 있다. 1백평 남짓한 좁은터에 겨우 20평 가량의 작은 규모. 그나마 공원 뒤쪽 한구석에 초라하게 자리잡고있어 이곳을 아는 사람조차 흔치않다.
이 건물은 우리국조의 건국이념을 기리고 그 「홍익인간」의 뜻을 민족의 정신적 지주로 남는 취지에서 현정회가 지난68년에 세운것이다. 바로 이 건물을 「성전」 으로서의 위용과 품위를 갖추게 하려는 노력이 그동안 여러차례 있었으나 그때마다 정부의 무관심과 일부 종교계의 반발에 부닥쳐 무산되곤했다.
이번 모처럼 서울시가 추진키로한 사직공원안의 단군성전건림계획 역시 똑같은 종교계의 반대에 부닥치고 있다. 여기에 민족종단측마저 가세하여 찬·반 논쟁이 분분하다.
단군성전 건립을 반대하고 나선 한 기독교단체는 서울시가 특정종교를 편파적으로 지원할 우려가 있고, 우상숭배를 금지하는 기독교 교리에 어긋난다는 점을 문제로 세우고있다.
이에 대해 대종교를 비롯한 민족종교와 단군숭배 사회단체들은 기독교를 침해하거나 영향을주는 일이 아닌데 이에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수 없는 처사라고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단군을 단순한 신화속의 가공인물이냐, 실재했던 조상이냐에 대해 우리는 가타부타할 입장이 아니다. 과거 수십년간 이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여오고 있는 학자들의 논의에 맡겨둘 일이다.
다만 우리민족의 연원이 어디이며 우리의 정신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가는 사실의 집착을 떠나 하나의 상징적 의미만으로도 어떤 지주를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 그것은 어느나라 역사에서나 다있는 일이다. 단군은 그런 표상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단군의 존재는 우리민족이 외침이라는 수난을 받을 때마다 민족의식의 구심점으로 강조돼 왔다.
한때 교과서에서마저 사라졌던 단군신화가 다시 되살아나고 우리의 역사의식에서도 제자리를 찾게된것은 그만큼 현실적인 요구가 바탕을 이루고 있다.
외래문물에 휘말려 정신적인 주체성을 잃어가는 세대들에게 정신적인 뿌리를 일깨워 주고 민족적인 주체의식을 고취하자는 뜻일 것이다.
따라서 조선왕조의 건국사적인 사직단의 한구석에서 초라하게 처박혀있는 단군성전을 새로 반듯하게 지어 국사를 모시는 성전답게 꾸미는 것은 당연한 도리이며 시대적 요청에 응하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86, 88년의 국제적 대행사를 앞두고 외국인들이 찾을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시급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조상을 숭배한다는 것은 우리국민이 지닌 미덕이요, 양속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단군을 모시는 것은 우상으로서가 아니라 민족적 또는 정신적 뿌리인 조상으로서이다. 그리고 그의 건국이념을 되살림으로써 남북분단과 조국통일 이라는 국가적 현실과 혼탁한 사회적 현실에 새로운 구심점을 이루어 보자는 절실한 뜻이 서려있는 것이다.
종교적인 차원에서 보면 이러한 논리가 통용되지 않는 모순과 당착일지 모른다. 그러나 단군을 신앙의 대상으로서 받들건, 우상으로서 배척하건 그것은 종교의 문제이지 우리 온 민족의 문제는 아니다. 국가와 민족의 차원에서 우리는 우리의 국조를 모시는 반듯한 성전 하나쯤 갖추어야 마땅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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