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엔 고기보다 낚시군이 더 많다"|제2차 남북뎡제회담장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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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북경제회담이 시작되기 1시간전부터 판문점 회담장에 나온 북한측 보도진들은 평소와는달리 군사분계선 남측으로까지 넘어와 국회회담 전망에 대해 집중 질문.
이들은 우리측 보도진들이 『오늘 회담의 전망이 어떠냐』 『오는 27일의 제8차 남북적십자회담에 북측이 서울에 오겠느냐』고 물은데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듯 담변을 회피.
지난해 11월20일의 남북한 적십자 예비접촉 이후 6개월만에 남북간의 접촉이 이루어진 17일 2차 남북경제회담은 이날 상오 정각 10시 우리측에서 김기환 수석대표를, 북한측에서는이성록 대표단장을 선두로 각각 회담장에 입장해 시작됐다.
우리측 김수석대표는 북한측 이단장에게 『멀리서 오느라고 수고했다』 며 악수를 청한뒤주로 6개월만의 재회를 화제로 얘기를 시작. 김수석대표는 서두에 『오늘 전임 차상필대표를 대신해서 임인봉대표가 선정되었음을 알린다』고 소개한 후 모내기 실적에 대해 담소.
김수석대표는 『요즘 한국은 육류·과일소비량이 늘어나는 반면 해마다 쌀소비가 계속 줄어 들고있다』 고 하자, 배한측의 이단장은 즉각 이를 방아 『우리하고 같다』 고 맞장구.
김수석대표가 『북한주민들은 주말을 어떻게 보내느냐』 고 묻자 이단장은 1차 회담때와 같이 『요즘 대동강에는 고기보다 낚시꾼이 뎌 많다』 고 대답.
김수석대표가 『귀측이 지난해에 채택한 합영법은 우리가 이미 60년대 초부터 실시한바 있는데 그동안 귀측은 어떤 성과가 있었느냐』 고 묻자, 이대표는 『우리도 사실은 과거부터 합영사업을 해왔다』 면서 『많은 나라와 연합체들이 합영법에 관심을 갖고 몰려오고 있으나 우리와 이해가 맞으면 합작을 하고있다』 고 은근히 성과가 있었는 듯이 과장.
김수석대표가 『외국과의 자본이나 기술협력이란 물론 자신들의 이해가 맞아야 하는 것이아니냐』면서 합영법 실시이후 지금까지 북한에 진출한 외국의 기업체 수가 구체적으로 몇개냐고 재차 묻자 이성록은 『우리는 여러나라와 합작사업을 펴고 있는데 특히 프랑스와 함께 대동강변에 50층짜리 여관도 건설하고 있다』 고 설명.
북측의 한 대표는 우리측 김인준 대표에게 『지난번 회의때 물어보지 못한것이 많다』 고운을 뗀 뒤 『우리는 상공회의소가 없어 한국의 상공회의소가 상공인들이 모여 회의하는 곳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뭣하는 기구냐』 고 질문.
북측대표는 그밖에도 상공회의소에 대해 『전무와 이사는 몇명이며 몇번째 서열이냐』 『상공회의소에서 직접 무역도 하느냐』는 등 폐쇄사회인 북한에서는 알수없는 일인듯 극히초보적인 질문을 퍼부었다.
이날 양측대표들은 20여분간의 환담을 끝낸뒤 기조연설에 들어갔는데 먼저한 북한측 이성록은 느닷없이 양측 부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남배경제협조 공동위원회」 제의를 들고 나와 그 구성및 기능등을 장홍하게 늘어놨다.
회의 막바지에 김수석대표는 북한측에 『많은 사람들이 이회담을 주시하고 있는데 무엇하나라도 구체적으로 이뤄져야하지 않겠느냐』며 『앞으로 이회담을 원만하게 진행하기 워해서는 귀측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내놔야 될 것』 이라고 촉구.
김수석대표가 『귀측은 앞으로 어떤 얘기를 했으면 계속 이에대해 얘기를해 결말을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 하자, 이성록은『우리는 성실한 입장에서 귀측의 의견을 존중해 왔었다』 면서『김대표가 그런식으로 이야기하면 우리도 할얘기가 많지만 이만하겠다』 고 대답.
이성록은 이날 낮12시3분쯤『이제 그만하자』 면서 『제3차회담을 언제하는 것이 좋겠느냐』 고 물어 김수석대표가 6월11일을 제의하자 이는 『빠르지 않느냐』 면서 6월20일을 제의.
이에대해 김수석대표가 좋다고하자 『3차회담에서는 오늘 우리가 제의한 남북경제협조공동위원회를 연구해 그때는 이위원회가 탄생하는가를 보자』 면서 자리를 일어섰는데 김수석대표도 우리의 제의도 연구해보라고 촉구. <판문점=안희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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