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스승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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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요즘 신문에 소개된 두가지 기사는 우리의 스승상과 그들이 처해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14일자 중앙일보) .
한 기사는 38년동안 국민학교 평교사로 봉직해 오면서 2천여명의 제자를 길러낸 60대의 현직교사가 귀여운 꾜마들에게 둘러싸여 활짝 웃으면서 『가르치는 일은 천직』 이라고 서슴없이 얘기하는 내용이다.
또 하나의 기사는 서울교육대학이 올해 입학 지원을 1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직관과 교육대학 지원동기에 대한 설문조사 내용이다. 그들중 절반가량은 「취직이 보장되는 안정된 직업」 이거나 「학비부담이 적어서」 교대를 지망했으며 따라서 「의무연한만 채우고 다른 직업을 택하겠다」 거나, 「생활안정이 될때 까지만」 교직에 있겠다고 응답하고 있다.
사람은 제법 지각있는 행동을 할수있는 적령기가 되면 부모의 품안을 떠나 학교에 가게 된다. 그것은 부모의 사랑과 가르침 만으로는 그 아이의 인품 형성과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적 필요를 충족시켜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스승은 한 인격체의 지와 덕의축적과 연마에 책임을 지게 되고 부모와 학생은 이에 전적인 기대와 의존의 상태가 된다.
그것은 계약이나 거내의 관계가 아니라 질서와 이성의 교류이며 인간적인 정의 교환 관계다. 따라서 제자는 교사를 스승으로 받들고 따르며 그의 지식뿐만 아니라 인격과 품성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고 심지어는 몸짓 하나, 말 한마디까지도 범상히 지나쳐 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하고 스승의 곁을 떠난 뒤에도 평생동안 잊혀지지 않고 교훈으로 남는 그런 스승상을 갖게 된다. 그런 자부심과 긍지속에서만 교사는 「스승」일 수 있고 천직으로서의 어려움을 이겨내며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사회현실은 이러한 교직에 대한 자부심과 보람을 뒷받침하느데 만족스럽다고할 수 있을까.
교원들의 처우는 타직종에 비해 현저하게 뒤떨어져 있고 그 격차는 날이 갈수록 벌어지고만 있다. 황금만능의 산업사회에서는 이같은 박봉 현상이 교직의 사회적인 지위까지를 격하시킴으로써 그들의 사명감과 자부심에 상처를 주고 있다.
이같은 현상의 여파로 교직이 가장 인기없는 직종의 하나가 됐고 나아가서 우수한 두뇌들이 교직을 기피하는 경향마저 초래하고 있다.
교직의 인기가 떨어지는 이유는 비단 박봉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사를 대하는 사회적 인식의 왜곡이 교권의 침해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 교육은 중대한 고비에 처해있다. 교육체제의 정착과 교육의 질적인 고도화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현지점에서 우리는 교원의 사기를 드높이고, 그들이 교직을 천직으로 믿고 봉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근본적이고 시급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15일은 「스승의 날」 이다. 오늘 하루 스승의 가슴에 꽃 한송이를 달아 드리고 할 일을 다했다고 돌아서는 학부모나 제자는 없는지 모르겠다. 스승의 날은 행사로 끝날 일이 아니다. 교사가 스승으로서 긍지와 애착을 느끼면서 사명을 다하도록 사회는 여건을 조성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또한 교수도 새로운 사회를 이끌어갈 제자를 기르는 자기 혁신의 노력을 통해 존경 받을 수 있는 그릇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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