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알면서도…옥시, 새 원료 독성 실험 안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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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이 “지난 2월 옥시 본사 압수수색 당시 사측의 과실을 뒷받침할 만한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전 원료는 개발자가 실험 요구
원료 바꾼 뒤 검증 제대로 안 해

검찰에 따르면 옥시는 1995년 개발한 가습기 살균제에는 ‘프리벤톨R80’이라는 원료물질을 썼다. 이때 해당 물질 개발자이자 독일 화학회사 부설연구소 소속 전문가로부터 “가습기 살균제에 해당 원료를 사용하려면 흡입 독성 실험을 거쳐야 한다”는 서신을 받았다. 이에 따라 프리벤톨에 대한 흡입 독성 실험을 거친 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얻은 후 상품화했다.

검찰은 이 전문가의 서신이 옥시 측의 과실을 입증할 증거라고 보고 있다. 옥시가 향후 가습기 살균제 성분을 프리벤톨에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포함된 원료로 바꿀 때는 독성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옥시는 ‘프리벤톨 성분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는 내부에 부유물질이 생성된다’는 소비자 불만이 접수되자 2001년부터 살균제 성분을 PHMG로 바꿨다. 검찰 관계자는 “옥시 연구소의 최모 선임연구원 등을 상대로 흡입 독성 실험을 누락한 이유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소환조사를 받은 신현우 전 옥시 대표는 “PHMG의 유해성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28일 가습기 살균제 ‘세퓨’를 생산한 버터플라이이펙트 전 대표 오모씨 등 2명을 추가 소환할 계획이다. 버터플라이이펙트는 가습기 살균제 논란이 불거진 첫해인 2011년 폐업했다. 이 제품의 피해자는 27명, 사망자는 14명으로 집계됐다.

◆김종인 대표 “특별법 제정 검토”=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27일 비대위 회의에서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고, 필요하면 청문회를 통한 진상규명에 나서겠다. 국회 차원에서도 대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옥시’가 제품의 독성을 인지하고도 상품을 유통시킨 건 업무상 과실치사”라며 “황사·꽃가루 때문이라는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는 다국적 기업의 횡포를 용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태화·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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