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한 유럽연합(EU) 대사 "EU 저작권자들 피해 입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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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하르트 사바틸 주한EU 대사는 EU의 음원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촉구했다. [사진 주한EU대표부 제공]

한국 카페와 레스토랑은 매일 아무렇지도 않게 지적재산권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비틀즈나 아바(ABBA)의 노래를 사용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로열티를 지불해야죠.”

게하르트 사바틸 주한 유럽연합(EU) 대표부 대사가 26일 세계 지적재산권의 날을 맞아 본지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 영업점의 음원 사용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한국 상점들의 음원 사용으로 EU 저작권자들이 매년 수천만 유로의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바틸 대사는 “한국 상점들이 고객을 끌기 위해 음악을 틀지만 정작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곳은 극소수”라며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정당한 보상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제의 원인과 책임을 한국 정부에게 돌렸다. 국내법이 저작권을 지키기엔 허술하며, 정부도 ‘창작물의 대중화’란 명분으로 저작권 보호에 미온적이라는 것이다.

사바틸 대사는 “한-EU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음원 창작자에게 적정한 비용을 치르도록 합의했다”며 “한국 정부가 현재 무분별한 음원 사용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협정 위반”이라고 했다.

실제 한-EU FTA 협정문 10.9조는 음원을 공중에게 들려줄 때는 저작권자에게 배타적 권리를 인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치러야 한다고 돼 있다. 다만 국내 저작권법 29조 2항은 청중에게 돈을 받지 않는다면 상업용 음반이나 영상저작물을 재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법과 국제법이 일부 저촉하는 상황이라 법적 해석의 여지는 있다. 사바틸 대사는 “한국 정부와 이 문제를 꾸준히 논의해왔다”며 “창작자의 피해를 없애도록 광범위한 저작권법 면제대상을 철폐하고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유경 기자 kim.yukyoung@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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