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인상만이 능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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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자동차 보험료를 오는 22일부터 평균 13%나 올리기로 한 것은 늘어나는 사고율에 비추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지만 부담을 일방적으로 보험가입자 쪽으로만 지운 걸과를 가져왔다.
보험당국은 최근 수년간 자동차 대수의 급속한 증가에 비례해서 사고율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보험회사의 손실이 누적돼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당국의 주장대로 지난 10년간 사고율이 연평균 14·6%씩 늘어났다 해도 같은 기간에 자동차 운행대수가 연평균 13%씩 늘어나는 추세인데다가 차량 단위대수 당 사고율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통계수치는 보험회사의 적자요인을 차량사고의 증가에서만 찾는 데에 설득력을 갖기 힘들게 한다. 다시 말하면 보험회사 자체의 경영부실로 생긴 손실을 소비자인 보험가입자에게 송두리째 전가시켰다는 인상을 면할 수 없다.
물론 전국의 차량이 1백만 대를 넘어섰는데도 도로 사정 등 교통 여건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사고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고처리에 있어 병원에서의 과잉치료나 차량정비업소에서의 과잉수선 등이 거의 관례화 되다시피 하여 엄청난 액수의 보험금 지출이 낭비되고 있음은 당사자들은 물론 공개된 비밀이 돼있지 않은가. 보험 회사의 적자를 보험가입자에게 전액 부담시키기에 앞서 체제의 정비와 경영의 합리화를 먼저 시도했어야 마땅하다.
보험회사는 꼬박꼬박 보험료를 챙겨 건전한 경영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교통사고를 줄이는데도 역점을 두는 게 보험회사의 할 일이다. 자동차 보험료의 대부분이 교통사고경비에 쓰여진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사고방지 노력이 보험회사의 주요한 과제인 것이다.
교통행정의 운영과 교통사고처리 및 대책은 정부가 도맡아 하는 고유 업무로 인식되고있으나 교통정책의 수립과정에서 조언을 하고 교통사고 방지를 위한 운전자 교육이나 교통질서 계몽 등의 역할은 보험회사들이 분담할 수 있는 영역이다.
교통사고로 연간 7천여 명의 귀중한 인명이 희생되고 이로 인한 사회 간접비용의 손실만도 5천억원에 이르는 현실에 비춰 교통문제는 이제 중요한 국가적 사회문제로 대두되고있다.
교통사고의 원인 분석에 따르면 사고의 대부분이 운전자 과실이고 불편한 도로와 교통표지판 등 교통시설의 결함으로 나타나고있다.
원인이 이러하다면 운전자 교육이나 음주운전을 삼가자는 캠페인을 벌일 수도 있고 이를 위해 공영방송의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거나 광고를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도로 여건 때문에 교통사고가 빈발하는 구조적 사고에 대해서는 취약지점을 발견해 당국에 시정을 촉구할 수도 있다.
또 가드레일과 교통표지판을 개선하거나 교통신호 체계를 전자 감응식으로 대체하는데 얼마쯤 보조해 사고를 줄이는데 공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일 등 외국에서는 보험회사들이 비행기나 자동차 사고를 줄이기 위해 사고 원인분석을 자체 연구하고 기계의 결함을 찾아내는 등 기술 제공에도 한몫을 담당하고 있지 않은가.
사고가 많아 지출이 늘어났다고 보험료만 많이 거두려 하고 사고를 줄이는 노력에는 무관심한 것은 범죄가 늘어난다고 벌칙만 엄하게 뜯어고치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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