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절 중앙보고대회에 쏙 빠진 ‘북한의 괴벨스’ 김기남, 건강 이상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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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남(87) 노동당 비서 겸 선전선동부장. [사진제공=조선중앙TV]

지난 14일 북한 태양절(김일성 생일) 중앙보고대회에 김기남(87) 노동당 비서 겸 선전선동부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건강 이상설이 제기되고 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17일 “평양에서 열린 김일성 탄생 104돌 경축 중앙보고대회에 김기남이 참석하지 않은 건 극히 이례적”이라며 “고령에 따른 건강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자유민주연구원 유동열 원장도 “북한 체제 특성을 감안할 때 국가적 행사에 불참하면 숙청 또는 와병 둘 중 하나일텐데 김기남의 경우 건강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평양체육관에서 진행된 김일성 탄생 경축 중앙보고대회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박봉주 내각 총리 등 당ㆍ정ㆍ군 고위 간부들이 대거 참석했다. 하지만 김기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앞서 김기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추대 23주년을 하루 앞두고 지난 8일 열린 중앙보고대회에 참석한 데 이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추대(4월 11일) 및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추대(4월 13일) 4주년을 맞아 지난 11일 열린 중앙보고대회에도 자리를 지켰다.

통일부 당국자는 “11일 김정은 추대 4주년 행사에 참석한 김기남이 불과 사흘 뒤 열린 김일성 주석 생일 행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며 “건강상 이유 외에는 설명이 잘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의 괴벨스(독일 나치 선전장관으로 선동정치 주도)’로 불리는 김기남은 1966년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시작으로 ^노동신문사 책임주필(1976년) ^당 선전선동부장(1985년) ^당 중앙위원회 비서국 비서(선전 담당) 등으로 활동하면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의 정당성 확보와 우상화 선전을 주도했다.

김기남은 지난해 4월 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추대 22주년 중앙보고대회에 나타난 이후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약 3개월 뒤인 같은해 7월 김정은의 황해남도 신천박물관 신축 현장 시찰에 동행해 건재를 과시한 바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재 노동당 선전선동부는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이 부부장을 맡으면서 사실상 김여정 중심으로 조직 재편이 된 상황”이라며 “김여정 선전선동부 체제에서 역할과 입지가 축소되긴 했지만 김기남은 여전히 김정은이 예우하는 혁명 원로들 중 하나이기 때문에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일연구원 박형중 부원장은 “5월 초 제7차 당 대회가 시작하면 김정은을 비롯한 당ㆍ정ㆍ군 고위 간부가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에 안치된 김일성ㆍ김정일을 집단참배할텐데 여기에도 김기남이 불참하면 건강이상이 심각한 수준이란 얘기”라고 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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