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실 난동, 회의실 방화 … 지자체 ‘열린 청사’ 보안 무방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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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7일 오후 3시40분 전남 나주시청 1층 회의실. 민원인 이모(47)씨가 바닥에 1? 가량의 시너를 뿌리고 방화를 시도했다. 그는 자신의 땅 옆에 다른 사람이 묘지를 만들면서 배수가 되지 않는다고 민원을 제기해왔다. 당시 회의실에는 공무원과 민원인 등 9명이 있었는데 공무원들이 달려들어 제지하면서 화를 면했다. 나주시 관계자는 “시청 건물은 민원인이 수시로 드나드는 공간이라 일일이 신분을 확인하거나 소지품을 검사하기 어렵다”고 했다.

민원인 수시로 드나들어 통제 한계
비용 부담 커 출입시스템도 어려워

지난해 4월에는 충북 진천군 군수실에 40대 남성이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들어와 분신하겠다며 난동을 부렸다. 전통시장 입점 공모에 탈락한 데 불만을 품은 남성이 군수실에 들어올 때까지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자칫 대형화재로 이어질 뻔했다. 당시 직원들은 “ 평범한 민원인으로 알았다”고 했다.

정부서울청사가 ‘공시생(公試生·공무원시험준비생)’에게 뚫린 가운데 지방자치단체 청사도 보안이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995년 민선 자치 단체장 시대가 부활한 이후 청사 문턱을 크게 낮추면서 청사는 물론 개별 사무실 출입까지 사실상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다. 보안을 강화해야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적지 않다. 재정형편이 넉넉하지 않는데다 4년마다 선거를 치르는 단체장들이 “표 떨어지는 소리가 안 들리느냐”며 난색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부 청사는 30~40년 이상 된 노후건물이라 첨단 보안시스템을 갖추기도 어렵다.

그나마 일부 광역 단체를 중심으로 출입통제 시스템을 갖추는 등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청사 1층과 지하 1층 출입구에 출입통제장치를 설치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지자체 입장에서 대당 수천만원이 드는 출입시스템을 갖추기란 재정여건상 어렵다”며 “통일된 방호 매뉴얼을 마련하고 중앙 정부지원을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광주광역시=신진호·최경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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