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기쁨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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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호 4 면

다산 정약용(1762~1836)은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한국 최고의 실학자이자 개혁가입니다. 올해 타계 180주년을 맞아 다산연구소에서 ‘21세기 다산학을 만나다’라는 강의를?시작했습니다. 6일 저녁 일곱 번째 강의가 열렸습니다. ‘다산을 구원한 세 가지-너는 이?절망을 무엇으로 건너려느냐?’라는 제목이?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한형조 교수가 강의를 이어갔죠. 젊은 처자부터 머리 희끗희끗한 분들이 모여 2시간 동안 참으로 열심히들 들으시더군요.


한 교수는 다산의 ‘노년의 즐거움’을 이렇게?전했습니다. 머리가 빠지니 상투를 틀지 않으니 좋고, 이가 빠져 치통이 사라졌으니 좋으며, 눈이 침침하니 책을 읽지 못해 좋다는군요. 긍정의 마음으로 자신을 다독이는 태도가 짠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읽은 책 내용이 모두 머릿속에 있어 굳이 읽지 않아도 피아노 치듯 글을 쓸 수 있게 됐다는 설명에서는 새삼 부러웠습니다. 마지막으로 “바둑은?꼭 하수(下手)와 둘 것”이라는 말에 다들 웃음보가 터졌죠.


강의 후 작은 식당에서 이어진 뒤풀이에서는?‘자산어보’에서 자산이 과연 무슨 뜻이냐가?이야깃거리였습니다. 막걸리와 된장찌개를?앞에 놓고 교수님과 늙은 학생들이 벌이는?주거니 받거니가 마냥 좋아보였습니다. 무한?경쟁시대, 세상살이와는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가 주는 신선함이랄까, 쓸모없(어 보이)는?이야기의 쓸모 있음이랄까…. 그게 바로 공부의 기쁨이기도 하겠지요.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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