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가 만난 사람] 우리가 만든 터닝메카드…일제 파워레인저 꺾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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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규 손오공 회장은 자동 변신 완구 ‘터닝메카드’ 를 직접 개발했다. 터닝메카드는 지난해 손오공이 올린 1250억원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면서 ‘완구계 허니버터칩’ 이란 별칭도 얻었다. [사진 김현동 기자]

“한국 장난감 시장 규모가 작다보니 업계에서 제품 연구 개발이나 혁신을 주저합니다. 하지만 해외 인기 제품을 국내에 들여오기만 하고 자기만의 콘텐트가 없다면 트렌드를 주도 못합니다.“

대표 토종완구 '손오공' 최신규 회장
애들 푹 빠진 변신로봇으로 돌풍
창립 후 작년 첫 1000억대 매출
경영 손 떼고 자비 투자해 개발

지난해 변신로봇 장난감 ‘터닝메카드’로 토종 장난감 열풍을 일으킨 손오공의 최신규(60) 회장을 최근 서울 구로구 초이락컨텐츠팩토리(초이락)에서 만났다. 손오공 본사 근처에 있는 초이락은 최 회장이 장난감 기획 · 개발을 위해 설립한 개인 회사다.

터닝메카드는 2014년까지 일본 장난감 ‘요괴워치’ · ‘파워레인저’ 등이 장악하던 국내 시장(약 1조원 규모)의 판도를 바꿨다. 국내 최대의 장난감 전문 판매점인 롯데마트 토이저러스의 지난해 매출 상위 20개 제품 중 15개는 손오공 제품이었다. 변신 로봇 장난감인 터닝메카드 13종, 헬로카봇 2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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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첫째 주에 출시된 터닝메카드 최신 제품 ‘그리핑크스’. 두 개의 미니카가 결합해 하나의 로봇이 되는 특징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터닝메카드는 미니 자동차가 로봇으로 자동 변신하는 세계 최초의 장난감이다. 최 회장은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계속 관찰하면서 어떤 장난감을 재미있어할까 ‘뜬금없는 상상’을 한다”며 “터닝메카드도 엄마와 종이접기를 하는 아이들을 보고 만들었다”고 말했다.

손오공의 지난해 매출은 1250억원. 1986년 회사 설립 후 매출 1000억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손오공은 2001년 팽이 장난감 ‘탑블레이드’ 이후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어서 2010년 이후 매출은 계속 줄어든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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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오공을 구출해낸 터닝메카드의 인기 요인에 대해 최 회장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대표 상품인 자동차와 로봇, 카드놀이 그리고 모바일 게임을 하나의 제품에 녹여낸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한 제품에 빨리 싫증을 느끼는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해 새로운 제품을 일정 간격을 두고 꾸준히 발표한 전략도 주효했다”고 말했다. 터닝메카드는 지난해 2월 출시 후 지금까지 41종이 출시됐다. 터닝메카드와 헬로카봇을 만든 최신규 회장은 1986년 서울화학을 세우고 끈끈이 장난감을 만들 때부터 제품 개발을 직접 했다. 최 회장은 “터닝메카드가 1000번째 작품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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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제품 모두 개발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최 회장은 “아이디어를 설명했지만 투자자, 심지어 손오공 이사회에서도 ‘차라리 수입 상품을 파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했어요. 하지만 약 30년 동안 장난감을 만들면서 쌓인 데이터를 믿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그는 경영에서 물러나 개인 소유 건물과 집을 담보로 약 200억원을 대출 받아 제품을 개발했다. 그는 “빚을 지니 더 책임감이 생겼다”며 “터닝메카드 애니메이션 제작에 80억원, 완구 개발에 30억원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제작은 초이락이, 유통은 손오공이 맡는 것으로 업무를 나눴다. 손오공 매출의 절반이 터닝메카드에서 나온다. 터닝메카드는 어른 손바닥만한 제품 1개 가격이 1만원 중 후반대이고, 그보다 큰 제품은 4~5만원이다. 전체 41종 중 몇개만 사더라도 부모에겐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장난감을 사주기 위해 줄을 선 부모의 모습은 아이들에겐 좋은 추억거리”라며 “가격은 적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달에는 새로운 터닝메카드W 애니메이션과 장난감 20종이 나올 예정이다.

◆최신규 회장=가정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서울 종로 금은방에서 금 세공일을 시작했다. 손재주가 좋아 수도꼭지를 만드는 주물공장을 차렸다. 1986년 서울화학(96년 손오공으로 사명 변경)을 설립해 장난감 사업에 뛰어들었다. 손오공은 2005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글=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사진=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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